현실적인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던 배우 노윤서가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처음으로 판타지 사극에 도전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났다. 귀신의 소리를 듣는 옹주 '생강'은 궁 안에 숨겨진 비밀을 쫓는 동시에, 두려움 앞에서도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낯선 장르와 액션, 사극이라는 새로운 문법까지 받아들인 노윤서는 생강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낯섦보다 호기심이었다. 글로만 존재하는 귀신과 귀의 세계가 어떤 이미지로 구현될지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신분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움직이는 생강의 태도는 노윤서를 단번에 끌어당겼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이런 판타지 장르가 처음이라 마치 웹툰이나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은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와 연기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혼자 글을 읽으며 이 상상 속의 세계가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떠올려보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생강이라는 캐릭터가 신분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인 행동파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귀여운 면모와 구천이와의 케미, 도전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꼭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강은 옹주의 신분을 지녔지만 궁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신분을 감춘 채 궁녀로 들어온 뒤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다. 노윤서는 정형화된 사극의 틀을 따르기보다 생강이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말투와 태도를 찾으려 했다.
“의상은 신분이 높을수록 겹이 많아서 더위로 고생하긴 했지만, 디자인이 매우 아름다웠어요. 말투의 경우 구천이와 있을 때는 티키타카가 살아나야 하는 일상적인 톤이 많아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에 집중했습니다. 판타지 사극이다 보니 정형화된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고,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신에서는 격식에도 신경을 썼어요. 옹주이지만 궁 밖에서 오래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굳어진 궁인의 모습보다는 인물의 상황에 맞게 꼿꼿한 애티튜드를 잡아갔습니다.”
다만 완벽하게 궁에 적응한 옹주가 아니라,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궁녀 행세를 해야 하는 인물의 서툰 간극을 함께 살려내고자 했다.
“감독님께서 ‘생강이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우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어요. 생강이가 신분을 위장해 궁녀로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대비마마를 뵈러 갔을 때 꼿꼿하게 서 있다가 지적을 받고 고개를 숙이는 등 서툰 간극이 드러나는 매력을 잘 살려보자고 하셨습니다. 또 작품에 나오지 않는 생강이의 과거 서사나 궁에 들어올 때의 심정 등에 대해 감독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답변들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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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노윤서 "]()
귀신의 형체가 아닌 소리에 반응해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실제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공포와 긴장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윤서는 촬영 전 연출진과 소리의 위치와 타이밍을 세밀하게 맞추며 장면의 호흡을 설계했다.
“소리가 들리는 타이밍이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리허설을 통해 연출진과 충분히 상의했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소리가 터지거나 나뭇가지가 떨어지는지 사전에 설명을 듣고, 그에 맞는 리액션을 구성했어요. ‘오늘 밤 죽을 것이다’ 같은 심각한 대사를 들을 때는 혼자 상황을 상상하며 표정에 몰입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장면은 생강이가 궁에 돌아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귀신의 소리를 들으려 할 때였어요. 카메라의 시점이 곧 다가오는 귀신의 소리 그 자체가 되는 연출이었는데요. 다가오는 카메라와 호흡을 맞추며 반응하는 연기 과정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한 과정도 연기에 큰 도움이 됐어요.”
실제로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작품 속 생강과 달리 노윤서는 귀신의 사연까지 알게 되는 '소리'보다 차라리 모습을 직접 보는 편을 택했다.
“듣기보다는 차라리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소리를 들으면 귀신의 사연을 알게 돼 외면하기 힘들고, 심리적으로 더 무서울 것 같습니다. 귀신의 존재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많은 분의 경험담이나 가위눌림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요. 그래서 ‘존재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생강과 구천의 관계는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로맨스로 규정되는 관계가 아니라, 생사를 함께 넘나들며 서서히 서로의 유일한 구원자가 돼간다. 노윤서와 남주혁은 이 관계를 섣불리 이름 붙이기보다 인간적인 유대감과 신뢰의 축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남녀 간의 로맨스라기보다는 깊은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다가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서로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존재가 서로뿐이고, 할머니마저 사라진 상황에서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구원자이자 생명줄이 되거든요. 처음에는 콤비 같은 전우애로 시작해 깊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관계를 특정 명칭으로 정의하지 않고, 감독님과 함께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나중에는 목숨을 걸고 서로를 구하려는 깊은 관계가 되는데요. 마지막에 구천이가 돌아와 포옹할 때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어요.”
생강의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승마와 검술, 활쏘기 역시 준비했다. 노윤서는 "분량이 많지는 않더라도 허투루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검술과 승마 연습을 부지런히 나갔고, 선생님들께서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마치 궁중 필수 교양 과목을 배우는 느낌이라 새롭고 즐거웠어요"라고 답하면서도 "저는 옆에서 응원만 했지 별로 한 것이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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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노윤서 "]()
왕과 대비 등 강한 권력을 지닌 인물들과 맞서는 장면에서는 실제 후배 배우로서 느끼는 긴장감을 생강의 감정으로 전환했다. 압도적인 선배들의 연기는 부담인 동시에 장면에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생강이 역시 그런 부담을 안고 꿋꿋하게 버텨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배후와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품고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워낙 압도적인 에너지를 전달해 주신 덕분에 그 기운을 받아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화면 밖 현장은 진지함만큼이나 유쾌함이 가득했다. 노윤서가 선배들의 장난에 편하게 반응하고 거리낌 없이 다가간 태도는 빠르게 팀의 분위기에 녹아드는 계기가 됐다.
“선배님들께 지지 않고 편하게 반응해 드리는 것을 오히려 좋아해 주셨어요. 첫 만남 때 제가 일을 마치고 오느라 배가 고파 식사를 맛있게 했고, 함께 있던 남주혁 선배님도 장난을 자연스럽게 쳐주셨는데요. 조승우 선배님께서 나중에 ‘첫 만남인데도 편하게 대해주고 밥도 열심히 먹어줘서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게 느껴져 고마웠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현장에서 저를 놀리는 것을 낙으로 삼으실 정도로 재미있게 챙겨주셨어요.”
미술을 전공한 노윤서에게 '동궁'의 세트와 소품은 단순한 배경 이상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양과 재질, 조명과 색감까지 관찰하며 작품의 세계를 구현한 제작진의 노력을 가까이에서 체감했다.
“궁 세트장 벽면의 그림, 한지 고정대 소품에 각인된 문양과 음각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고증과 미감이 대단했어요. 스태프분들께 어디서 구하셨는지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조명과 색감 하나하나까지 모든 스태프분들이 혼을 갈아 넣어 만드셨다는 게 현장에서 느껴져 큰 힘을 얻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트는 궁 내부였습니다. 현실 세계의 평탄한 복도가 귀의 세계로 넘어가면 바닥 경사가 뒤틀리는 식의 세팅과 연출이 직관적이면서도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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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을 통해 노윤서는 주연 배우로서 장면 하나가 아닌 작품 전체의 흐름을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매 순간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 아쉬움까지 다음 작품을 위한 자산으로 쌓아가고 있다.
“경험이라는 자산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은 8부작이라는 호흡 안에서 주연으로서 전체적인 숲을 보는 법과 세부적인 나무를 살피는 법을 함께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현장이었어요. 매 순간 아쉬움도 남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앞으로 연기하는 데 단단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동궁'의 최정규 감독과는 차기작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에서도 다시 호흡을 맞춘다. 노윤서는 "연달아 함께하게 돼 정말 신기하고 영광스러워요. 이미 한 작품을 함께하며 호흡을 맞췄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다시 한 번 함께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차기작인 강풀 작가의 '무빙2' 합류를 앞둔 설렘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강풀 작가님의 팬으로서 세계관 시리즈에 합류하게 돼 희열과 행복을 느낍니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 수많은 훌륭한 배우분들과 함께 앉아 있는데, 마치 시상식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연기한 남해이와 여름, 생강은 모두 쉽게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이었다. 노윤서는 주체적인 캐릭터에 늘 동경의 마음을 품고 연기에 임했다며, 자신이 만난 모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스스로를 매우 다층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생강이처럼 완전한 진취성을 가질 수는 없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캐릭터에 끌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맡았던 모든 인물에 저의 모습이 조금씩 투영돼 있어요.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매몰되기보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하고 부딪쳐 보려는 마음가짐은 생강이와 조금 닮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영화 '청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연이어 거머쥐며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노윤서. 하지만 그는 지금의 평가에 안주하기보다, 시간이 흘러도 그 상을 부끄럽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을 더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운이 정말 좋았고, 좋은 작품과 팀원분들 덕분에 값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상을 받은 직후에는 부담감보다는 ‘훗날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았을 때 이 상에 부끄럽지 않은, 납득이 가는 배우가 돼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상의 무게에 스스로를 맞춰나가며 성장하겠다는 좋은 자극이 됐어요.”
다양한 인물의 감정에 뛰어들고, 작품마다 새로운 언어와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연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다는 노윤서. 연기를 향한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다음 작품에서 보여줄 새로운 얼굴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과거 F였던 성향이 일할 때는 T로 조금 변화했어요. 수어나 액션 등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 큰 자산이 됐고, 연기라는 직업에서 깊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뻔하거나 예상이 가는 모습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맡았을 때 ‘이 친구가 이번에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을 드리고 싶어요. 늘 새로움을 안겨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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