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8년 후'가 개봉한 가운데 작품을 둘러싼 관객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9일 개봉한 '28년 후'는 28년 전 시작된 바이러스에 세상이 잠식당한 후, 일부 생존자들이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가 난생처음 섬을 떠난 뒤 진화한 감염자들과 마주하며 겪는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달리는 좀비'를 처음 선보이며 전통적인 좀비 영화의 틀을 뒤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금세기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28일 후'의 23년 만의 속편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전작의 감독인 대니 보일과 각본을 썼던 알렉스 가랜드가 그대로 참여한 것은 물론, '28일 후'의 주연이자 오펜하이머'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킬리언 머피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영화를 두고 관객의 반응은 찬사와 야유, 그야말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먼저 영화에 대해 호평하는 관객들은 '28년 후'가 기존에 볼 수 없던 좀비물이라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 좀비들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과 치열한 전투 등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여기서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색채가 더해지며 짜릿한 영화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중반부를 지나며 펼쳐내는 변주다. 영화는 좀비와의 생존 사투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자 가족 드라마로서 서사를 쌓아 올린다.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는 장르의 외연을 한층 확장하려는 시도를 꾀한다. 감독은 후반부로 갈수록 화려한 액션이나 좀비와의 혈투보다는 인물의 내면 심리나 인물 사이 관계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며 장르를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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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스틸컷 ⓒ소니 픽쳐스
또한 과거 영국의 역사나 최근 브렉시트, 코로나 팬데믹, 안락사 문제 등 다채로운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며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좀비물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색다른 재미를 찾은 관객들은 작품의 예술성과 메시지에 높은 점수를 주며 영화에 대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영화에 대한 혹평 또한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영화를 향한 혹평은 특히 '28일 후'의 팬들과 좀비 장르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강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이지 않은 좀비 영화라는 점이 장르 영화의 팬들에게는 되레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좀비에게 쫓기거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오는 극한의 긴장감과 좀비와의 처절한 사투 등 다수의 관객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장면이 비중이 너무나도 적은 탓에 영화적인 재미와 극적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압도적인 초반이 무색하게 볼거리가 없다"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다소 납득이 어려운 '28년 후'의 서사와 지나치게 상징적인 영화적 장치들 역시 관객들에게는 '불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스파이크가 섬을 떠나는 과정에 있어 내리는 일련의 선택과 이후에도 이어지는 전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어머니의 행동, 그가 맞이하는 허무한 결말은 물론 갑작스러운 새 집단의 등장 등도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로의 몰입을 깨뜨리는 장치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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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년 후' 스틸컷 ⓒ소니 픽쳐스
이처럼 관객들은 영화가 비현실적인 좀비 장르의 작품인 것을 감안해도, 기본적인 개연성과 서사 및 전개에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허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28년 후'에 낮은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는 네이버 영화에서 실관람객 평점 6.80점, 네티즌 평점 4.66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CGV 실관람평지수에서는 73%, 메가박스 실관람 평점 7.2점 등으로 관객들은 아쉽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이에 개봉 2일 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영화는 3,4일 차에 3위로 내려앉으며 흥행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는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8년 후'는 해외 대표적인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점수 89%로 '신선한 토마토'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객의 팝콘 점수에서는 65%로 영화를 둘러싼 반응은 서로 상반된다.
이같이 예술적 야심과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며 혹평과 호평을 오가는 '28년 후'의 속편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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