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4년의 눈부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프랑스오픈 개막일인 25일(한국시간), 파리 롤랑가로스의 필리프-샤트리에 센터코트에서는 나달을 위한 은퇴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1만5천여 명의 관중은 프랑스오픈을 상징하는 적갈색 티셔츠를 입고 자리를 가득 메웠으며, 티셔츠에는 ‘고마워요 라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검은색 수트를 입고 코트에 들어선 나달은 팬들의 기립박수에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이후 그의 전성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나달은 2001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2023년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22회 우승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14회가 프랑스오픈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기록으로 그는 ‘클레이코트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자국 선수 이상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연설에 나선 나달은 “20여 년간 뛴 이 코트에서 즐거웠고, 고통받았고, 이겼고, 졌으며, 수많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장소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연설 도중 미리 준비해둔 원고 일부를 분실한 사실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이를 알아차린 볼보이가 재빨리 잃어버린 종이를 전해주는 따뜻한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빅 4’의 재회였습니다. 나달과 오랜 시간 경쟁을 펼쳐온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가 코트에 등장해 나달과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이들 네 명이 보유한 메이저 대회 단식 타이틀은 총 69개에 달하며, 현재 현역 선수는 조코비치가 유일합니다.
나달은 “당신들 덕분에 코트에서 정말 힘들었지만, 경쟁은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동시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오픈 조직위원회는 나달에게 ‘레전드 트로피’를 수여했으며, 그의 발자국이 새겨진 명판도 공개됐습니다. 이 명판은 필리프-샤트리에 코트에 영구적으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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