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의 주연이자 주제곡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로 잘 알려진 아카데미상 수상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글렌 핸사드(Glen Hansard)가 29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새벽 4시 30분경 더블린 서부 루칸의 로워 로드에서 발생했으며, 현재 당국은 목격자를 찾고 있다.
고인의 소속사인 ATC 매니지먼트는 성명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며, 유가족이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사생활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현장에 출동한 구급 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유족으로는 핀란드 출신 시인인 아내 마이레 사리차와 세 살배기 아들 크리스티가 있으며, 핸사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빠가 된 이후의 삶이 얼마나 벅차고 놀라운지 기쁨을 표현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970년 4월 더블린에서 태어난 핸사드는 13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기타 하나를 멘 채 거리에서 버스킹을 시작하며 음악 여정을 열었다. 1990년 록 밴드 '더 프레임스(The Frames)'를 결성해 6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며 아일랜드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친구의 오디션에 동행했다가 알란 파커 감독의 눈에 띄어 뮤지컬 코미디 영화 '커밋먼츠(The Commitments)'에 기타리스트 아웃스팬 포스터 역으로 캐스팅되며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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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카데미상 주제가상을 받는 '스웰 시즌' ⓒ연합뉴스
그를 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린 것은 2007년 베이시스트 출신 존 카니 감독이 연출한 저예산 독립 영화 '원스(Once)'였다. 거리의 음악가들의 꿈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10만 달러도 안 되는 예산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달러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핸사드는 체코 출신 뮤지션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와 주연을 맡았으며, 두 사람의 프로젝트 그룹 '더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이 부른 주제곡으로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오리지널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2012년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특히 '원스'는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공개 연인이었던 이르글로바와 결별한 이후인 2009년 동반 내한 공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1회 평균 최다 유료 관객 동원 기록(회당 2,784명)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핸사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2015년 발매한 앨범 '디든 히 램블(Didn't He Ramble)'로 그래미상 최우수 포크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음악성을 증명해 왔다.
핸사드는 30년에 걸친 음악적 성취를 넘어, 사회 정의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한 인물로도 깊은 존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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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핸사드가 출연한 영화 '원스' 포스터
아일랜드가 금융 위기를 겪던 2010년부터 더블린 도심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버스킹을 시작해 노숙인 지원 자선단체를 위해 200만 유로(약 33억 원) 이상을 모금했다. 이 거리 공연에는 보노, 시네이드 오코너, 셰인 맥고완 등 유명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하나의 국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노숙인 지원 단체인 사이먼 커뮤니티 측은 그의 헌신과 사회 정의를 향한 약속이 영원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비통함을 표했고, 그의 친구인 아티스트 콜린 데이비슨 역시 그가 노숙인 문제에 실질적이고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앞장섰다고 회상했다.
전 세계 문화계와 동료 아티스트들의 애도 물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고인을 "아일랜드의 가장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자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 음악계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기렸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역시 문화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항상 긍정적이고 미소 짓는, 관대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며 슬퍼했고, 에드 시런은 "그는 놀라운 인간이자 엄청난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버스킹 행사에 동참했던 U2의 보노는 "그는 노숙자를 보면 늘 괜찮은지 확인하던 사람이었다"며 "거리의 목소리이자 한 사람 안에 담긴 천사들의 합창단"이라는 헌사로 고인이 남긴 따뜻한 발자취를 추모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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