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이면 차라리 비행기를 한 번 더 타겠다.”
요즘 해외 K-팝 콘서트 예매창을 본 팬들이 탄식과 함께 내뱉는 말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발간한 월간 한류리포트 2025년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24개국 71개 도시에서 K-팝 콘서트·팬미팅이 165회 열렸다. 이제 K-팝 아이돌이 투어를 위해 출국할 때마다 공항을 마비시키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리포트는 10월 한 달 동안 어느 도시에서 공연이 열렸는지, 좌석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최소·최대 티켓 가격까지 일관되게 정리돼 있다. 이 한 달치 데이터를 펼쳐놓으면 어렴풋이 느껴온 K-팝 콘서트 가격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시아·유럽: 이 정도면 ‘나를 위한 선물’
먼저 아시아와 유럽 투어 가격부터 살펴보자. 도쿄 케이오 아레나에서 열린 더보이즈 공연 티켓은 1만4,500엔에서 3만7,100엔(약 13만~34만 원대 중반) 사이에 형성돼 있다. 베트남 호치민의 데이식스 공연은 200만~480만 동(약 10만~26만 원대)이다.
도경수 방콕·도쿄 공연, 백현 하노이·고베·마닐라 공연 역시 상단이 20만~30만 원대, 하단이 10만 원대 초·중반에 몰려 있다. 제로베이스원의 방콕·사이타마, 트와이스의 필리핀 아레나·싱가포르 공연도 대부분 하단 10만 원 안팎, 상단 30만~40만 원대에 자리한다.
블랙핑크의 스타디움급 공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 가오슝 국립 경기장 공연은 1,800~8,800대만달러(약 8만~41만 원), 태국 방콕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 공연은 2,800~8,800바트(약 12만~38만 원)로 요약된다.
이 숫자들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아시아·유럽 K-팝 콘서트의 ‘정상 가격대’는 대략 하단 10만 원대 초반, 상단 30만~40만 원대다. 부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를 위한 선물’로 눈 한 번 딱 감고 도전해볼 수 있는 선이다.
북미: 하루 3시간에 1,000만 원을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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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미 투어 가격부터는 부담의 차원이 달라진다.
세븐틴의 미국 투어 중 워싱턴 D.C. 캐피털 원 아레나 공연은 50~2,081달러(약 7만~299만 원), 터코마 돔은 49~3,967달러(약 7만~571만 원), LA BMO 스타디움은 56~1,857달러(약 8만~267만 원) 구간에 형성돼 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 무디 센터 공연의 상단 가격은 7,140달러, 환산 기준 약 1,000만 원을 넘어선다.
걸그룹 스테이씨의 미국 투어도 산호세 54~601달러(약 7만~86만 원), LA 유튜브 씨어터 34~2,140달러(약 4만~308만 원), 어빙 37~1,391달러(약 5만~200만 원) 등 상단 200만~300만 원대가 잇따라 찍혀 있다. 라이즈의 로즈먼트 공연은 39~1,412달러(약 5만~200만 원대), 피원하모니의 LA 인투잇 돔 공연은 54~2,381달러(약 7만~340만 원)까지 상단이 치솟는다.
중형 공연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비지의 LA 공연은 50~250달러(약 7만~35만 원)지만, 같은 투어의 일본 지프 하네다·오사카 공연은 1만1,000~1만9,000엔(약 10만~17만 원대) 선이다. 같은 팀의 같은 투어인데도 북미 1열 티켓이 일본 상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중형 공연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비지의 LA 공연은 50~250달러(약 7만~35만 원)지만, 같은 투어의 일본 지프 하네다·오사카 공연은 1만1,000~1만9,000엔(약 10만~17만 원대) 선이다. 같은 팀의 같은 투어인데도 북미 1열 티켓이 일본 상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 기사에 인용된 티켓 가격은 2025년 10월 기준 월간 한류리포트와 당시 예매 화면을 바탕으로 한 상단값으로, 회차·좌석·판매 시점에 따라 실제 판매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1,000만 원을, 길게 잡아도 3시간 안팎의 공연에 태우는 사람들이 있는가. 아니면 북미 지역이라서 가능한 플렉스(FLEX)인 것인가.
정말 1,000만 원에 “팔린” 걸까…사실은 구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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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리포트에 찍힌 100만~1,000만 원대는 주최 측이 정한 정가도, 팬들이 사들인 평균 가격도 아니다. 공식 판매·플래티넘·동적 가격제 흐름 속에서 한때 시장 상단에 걸렸던 가격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 같은 기형적인 상단 가격의 배경에는 티켓마스터로 대표되는 동적 가격제(dynamic pricing)가 있다. 수요가 몰리는 좌석일수록 실시간으로 가격을 올리는 구조다. 팬덤 결제력이 높고 예매 초반에 수요가 폭발하는 K-팝은 이 알고리즘이 가장 공격적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사운드체크, 사진 촬영 특전, 전용 굿즈, 조기 입장 등을 묶은 VIP·오피셜 플래티넘 패키지가 붙으면서 티켓값은 ‘좌석 이용가’가 아니라 ‘경험 가격’으로 숫자를 한 번 더 끌어올린다.
이 리포트를 제작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도 이 점을 짚는다. 문화교류연구센터 윤도경 연구원은 “해외공연현황 파트는 티켓마스터 등 현지 예매 사이트에서 리셀 티켓을 제외한 공식 가격만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작성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부 공연에서는 오피셜 플래티넘이 붙어 생각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끝난 현재로서는 같은 화면을 다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공식 티켓 판매 체계 안에서 그 정도 가격이 ‘표시’된 순간이 있었다는 의미다. 1,000만 원대 티켓은 암표상의 장난이 아니라, 공식 시스템이 허용한 상단 구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
해외에서도 “팬심에 세금 매기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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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에 대한 비판은 해외에서도 이미 쌓여 있다. 북미·유럽 팬들은 티켓마스터의 동적 가격제와 플래티넘 티켓 제도를 두고 “수요·공급이 아니라 팬심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라고 비판해 왔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투어 때 일부 좌석이 수천 달러까지 치솟자 현지 언론이 “충성 팬을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가격 구조”라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는 자신의 투어 예매 과정에서 폭등한 수수료와 플래티넘 가격을 공개 비판했고, 결국 일부 수수료 환불을 받아내기도 했다.
소속사도 어리둥절한 기형적 상단값, 이러다 새 기준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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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 콘서트 가격은 어떨까. 일부 대형 콘서트가 전석 단일가 구조에서 VIP·일반석 이원화로 옮겨가며 상단 티켓은 20만 원대 후반을 찍기 시작했고, 블랙핑크의 2025년 고양 스타디움 공연은 블링크석 27만5천 원, 일반석도 20만 원 안팎에 형성됐다.
태국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K-팝 콘서트 티켓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방콕에서 열린 일부 대형 K-팝 공연의 VIP 티켓은 일반 콘서트 평균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가 팬들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2023~2025년 동안 국내·아시아 기준선은 이미 평균 12만~16만 원, 상단 20만~40만 원대 구간으로 올라와 있다. 월간 한류리포트가 포착한 북미의 100만~1,000만 원대 상단값은, 이 높아진 기준선 위에서 한 번 더 치솟은 기형적인 가격대에 가깝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리포트에서 포착된 이 가격은 예외적이며, 극단의 상단값이다. 생물로 치면 ‘돌연변이’라는 표현이 알맞다. 그럼에도 같은 리포트 안에서 100만 원 이상의 상단값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는 사실은, 언젠가 이 상단값이 ‘새 기준’으로 굳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남은 질문은 “티켓 한 장을 얼마나 더 비싸게 팔 수 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으면서 지쳐서 떨어져 나갈 10·20대 K-팝 입덕 초기 팬층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K-팝이 진정한 글로벌 대중문화 장르이길 지향한다면, 이제는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고객과 함께 갈 수 있는 선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월간 한류리포트 10월호는 이제 K-팝이 티켓 가격의 마지노선을 정해야 할 때임을, 숫자로 경고하고 있다.
[사진출처=각 소속사]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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