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했던 그 역사적인 날, 시상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5등분 내서 다른 후보들과 나눠 갖고 싶다”는 독특한 수상소감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또 ‘기생충’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도 전엔 ‘왜 한국 영화는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 했을까?’라는 한 외신 기자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답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매우 지역적인 시상식 아닌가”
그 지역적인 시상식을 말 그대로 휩쓸어버린 ‘기생충’은 언어의 장벽을 무너트렸고, 봉준호의 언어는 할리우드를 매료시켰다. 한국어와 영어를 혼합해 툭툭 내뱉은 명언들은 특유의 개성을 발산하며 할리우드를 말 그대로 ‘봉며들게’ 만들었으며, 이제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해 할리우드에서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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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잘 만들고 재치 넘치는 한국인 봉준호의 바통을, 올해에는 연기 잘 하고 재치 넘치는 한국 할머니 윤여정이 이어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 할머니 캐릭터를 연기한 윤여정은 미국인들은 접해보지 못한 K할머니의 생소한 매력으로 그들을 사로잡았다. 이어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거쳐 종내엔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모조리 휩쓸며 변방의 배우가 아닌 할리우드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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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비단 뛰어난 연기력뿐만 아니라 본연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가감없이 떨치며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바로 지난 12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남긴 소감을 들 수 있다. 윤여정은 “이 상은 특히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 깊다”고 말해 주의를 집중시킨 뒤 “고상한 체(Snobbish) 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줘서 매우 특권을 가진 것 같다”는 농담으로 좌중을 뒤집어놨다.
특히 시상식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덧붙인 설명이 더 흥미를 유발했다. 윤여정은 “영국인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자존심이 세다.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이 사람들이 매우 고상한 체 한다고 느껴졌다”고 소신을 밝혔다. 윤여정의 뼈 있는 농담에 외신 매체 버라이어티는 “평소 자기비하를 즐겨하는 영국인들도 윤여정의 솔직하고 재치 있는 평가에 기습 받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코멘트를 남겼다. 로이터와 인디펜던트 또한 윤여정의 재치 넘치는 수상소감이 모두를 즐겁게 했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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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당시에는 소탈하고 순수한 수상소감으로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당시 윤여정은 “서양인들에게 인정받은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줘서 영광”이라며, 함께 후보에 오른 모든 배우들의 이름을 거론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에 외신 매체 인디와이어는 그날의 모든 수상소감 중 윤여정에게만 유일하게 A등급을 매기며 "순수하고 여과되지 않은 정직함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 그 어떤 소감보다도 명료했고 수준 높았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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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선보인 오스카 수상소감 역시 배우 특유의 재치가 유독 톡톡 묻어났다. 지난해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브래드 피트가 시상에 나서자,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도대체 어디 있었냐”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많은 유럽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용서해드리겠다”며 서양인들이 동양권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행태를 재치있는 농담으로 꼬집었다. 또한 “(이 상을 받은 건) 아들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 덕분이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해 할리우드를 연달아 폭소시켰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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