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수지가 맞이한 ‘제2의 전성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2008년 SBS 공채 10기로 데뷔한 그는, 2012년 KBS 공채 27기로 재입사하며 개그계에 다시 한 번 발을 디뎠고, 2013년 ‘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를 통해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21년부터는 'SNL 코리아'에 합류해 문동은, 오은영 박사, 왕간다, 교포 제니, 성형외과 상담 실장 등 인기 드라마·영화 속 인물은 물론, 허구의 캐릭터와 인터넷 밈까지 폭넓게 패러디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신병’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활약 중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서는 대치동 엄마 ‘제이미맘’, 공동구매 인플루언서 ‘슈블리맘’, 신령님의 말씀을 전하는 무속인 ‘백두장군’ 등 현실을 절묘하게 짚어낸 캐릭터들로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에 힘입어 이수지는 최근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두렵다”는 그는 늘 머릿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기자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특징을 재현하는 등, 놀라운 ‘스캐닝’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런 날카로운 관찰력과 끝없는 시도가 바로, ‘천의 얼굴’ 이수지를 만들어낸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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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백상 예능상을 수상했다. '대세'임을 실감하는지?
진짜로 누가 타는지 말을 안 해주더라. 가능성은 반반 생각했다. 워낙 쟁쟁한 선배님들 계시고, 지예은 씨도 핫한데, 제 이름이 호명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제가 3년 연속 백상 후보가 됐는데, 첫 번째 때는 TV로만 보던 분들 보니까 신기했고, 두 번째 때는 김고은 님 실물을 영접해서 영광이었다. 이번엔 상까지 받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최근 회사를 옮겼는데 이렇게 상도 타고 해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재미있게 스케줄을 하면서 매일 감사하면서 보내고 있다.
Q.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 그 저력이 뭘까?
작년에 후보에 오르고 나서 '내년에는 열심히 해서 상을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SNL'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주셔서 소화하는 것도 재밌고, 쉴 때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도전도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예쁘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
Q.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SNL' 한 시즌이 10주 단위인데, 끝나면 헛헛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뭔가 아이디어나 캐릭터가 떠오르면 우선 콘텐츠로 만들어 놓고, 좋은 반응이 있으면 'SNL'에서 발전시켜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또 그동안 못 했던 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만든 채널이다. 이렇게 많이 봐주실 줄 몰랐다.
Q. 캐릭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제이미맘'은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서 등원시키는 엄마들의 모습에서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처음 구상을 시작해서 캐릭터를 구체화시켜 나갔다. 인물의 말투나 성격 등은 허구지만, 주변의 어머니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특징적인 부분을 극대화해서 표현했다. '슈블리맘'은 공구 영상이 자꾸 보이고, '백두장군'도 새해에 자꾸 SNS에 보이길래 공감대가 있겠다 싶었다. 숏츠나 틱톡 등을 보면서 요즘에 뭐가 유행일까 계속 생각한다.
Q.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1번은 웃기는 것이고, 2번은 내려놓는 것. 외모보다는 웃기는 것을 우선시하다 보니까, 가끔 놀리는 듯한 댓글도 있지만 그런 반응도 재밌다. 상처를 받기보다는 웃기다면 제게 가장 좋은 칭찬이다. 제가 가장 두려운 건 일 없이 쉴 때다. 그 시간을 겪어 봐서 그런지, 여러 콘텐츠에서 다양한 모습 보여줄 수 있는 게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이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처음 제 이름 알리게 해 준 린쟈오밍('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에서 선보인 보이스피싱 캐릭터)이다. 가장 오래된 캐릭터이기도 하고. 엄마 캐릭터를 하면 어르신들이 알아봐 주시는 걸 보고, 제니를 통해 MZ세대를 표현하기도 했다. 제이미맘은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따라 하더라. 그런 걸 보면서 다양한 연령대를 통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관찰력도 중요할 것 같다.
실존 인물을 패러디할 때는 억양이나 톤, 습관 이런 걸 따라 하려고 애쓴다. 허구의 인물은 어떤 복장일지, 말투는 어떨지 끊임없이 상상해 본다. 특히 누굴 만나든 어딜 가든, 사람들을 스캐닝하는 게 취미인 것 같다. 지금도 기자님들을 관찰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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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튜브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이끄는지? 방송과 달리 어려움은 없는지?
'핫이슈지' 채널도 작가님과 피디님 등 4~5분이 계시다. 다 같이 회의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가 되는 것들은 공감대, '나 이 캐릭터 어디서 본 것 같아'에서 시작하는데, 아이디어를 내다 보면 서로 자기 거가 재밌다고 설득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힘을 실어서 인물을 만들어 간다.
Q. 대치동 엄마들을 패러디한 '제이미맘'은 조롱 논란이 있기도 했다.
저는 '일상 속에서 이런 공감대가 있다'에서 출발을 한 거고, '특정인을 따라 하자'라는 의도는 아니었다. 일단은 다양한 분들께 웃음을 드리는 게 창작하면서 첫 번째인 것 같고, 두 번째로 오해를 최대한 줄이고 불편한 분들이 없게끔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느끼고 신경 쓰고 있다. 교훈을 얻은 느낌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시도를 할 때,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 지적 받은 부분이 있다면 2회에서 더 신경 쓰고, 3회에서는 더욱 다듬어진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창작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균형을 맞추는 게 숙제인 것 같다.
Q. 의도와 다른 오해에 대해 속상하거나 억울한 적은 없었는지?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라고 피드백을 얻는다. 그런 다음에 2회차, 3회차에서는 최대한 섬세하게 신경 쓴다. 유튜브가 그게 좋은 것 같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걸 소통하면서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구독자와 소통해 제작에 반영한 사례가 궁금하다.
제이미맘의 착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의상은 다 빌렸다. 1회차에서는 친구한테 빌렸고, 2, 3회차는 지인들에게 빌렸다. 그래서 좀 작았다. 제이미맘 여름 버전에서 '차 빼고 다 작네'라는 댓글이 있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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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그우먼을 꿈꾸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수업이 루즈해지면 선생님이 '이수지 나와서 웃겨 봐' 하면 제가 다른 과목 선생님 성대모사를 하곤 했다. 그게 웃음을 준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관찰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런 경험으로 개그우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이 학교 축제 때 7분 줄 테니까 개그 짜 보라고 기회를 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대본이었다. 근데 친구들이 웃는 걸 보니 재밌었다.
Q. 개그를 위해 망가짐을 불사하는데, '내려놓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은?
결혼하고 나를 전적으로 사랑하는 남편도 있고, 아기도 있고 하니까 자신감이 더 붙는 것 같다. 제가 실제로 되게 샤이한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용감하고 과감하게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결혼 전이면 좀 부끄러웠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져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됐다. 제니 같은 경우 배꼽이 노출되거나 이런 걸 못 했을 것 같은데, 남편이 그마저도 귀엽고 예쁘다고 하니까.(웃음)
Q.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고충도 있을 거 같다.
일을 하다보니 아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내는 미안함이 좀 있다. 다행히 남편이 그런 시간들을 많이 채워주고 있어서 감사하다. 신기하게 아들이 재롱을 부려서 어른들이 웃으면 엄청 좋아한다. 그런 걸 보면서 '이 친구 후배로 양성할 법 한데' 싶기도. 하하. (아들이 개그맨 한다고 하면?) 무조건 밀어줄 거다. 하지만 안 웃기면, 냉정하게 아니라고 할 것 같다.
Q. 드라마 출연 등 연기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연기도 오디션 기회가 있거나 섭외가 있으면 도전해 볼 계획이다. 나중에는 공부를 하고 훈련을 해서 엄마 역할을 맡아 보고 싶다. 제가 김해숙 배우님을 좀 닮지 않았나. 그런 엄마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Q. 최근 공개 코미디가 많이 사라지고 유튜브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 코미디와 비공개 코미디는 그 결이 다르다. 공개 코미디에서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있고, 유튜브나 녹화 코미디에서는 또 다른 섬세한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도 계속 섰으면 좋겠다.
Q. 코미디언으로서 본인의 장점은?
쉼 없이 도전하는 게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안주하려고 하면 스스로 '다음 캐릭터 짜야 하는데'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구상한다.
Q. 어떤 코미디언이 되고 싶나?
재밌지만 사람 좋은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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