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붐이요? 저는 착시라고 생각해요. '페스티벌 붐'인 거죠. 밴드라는 형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면서 좋아하는 인구수가 과반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꾸 밴드 붐을 저한테 물어보시는데, 정작 저를 그 붐에 끼워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근 가요계에 불고 있는 '밴드 붐'에 대해 취재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모난 의견이었다.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가수 이승윤은 '밴드 붐'을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밴드 음악 열풍이 더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랑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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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밴드 붐? 착시일 뿐"…거스르는 이야기로 돌아온 이승윤]()
트렌드를 거스르는 그의 생각처럼, 이승윤은 많은 것들을 거스르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오늘(24일) 저녁 6시 발매되는 이승윤의 정규 3집 앨범 '역성'은 거스를 수 없는 것들을 거스르는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를 밴드 사운드로 담은 앨범이다.
무려 15곡이 수록됐다. 앨범의 총 러닝 타임은 1시간 4분이다. 싱글, 4~5곡짜리 미니 앨범 등 형식의 유행을 거슬렀고, 정규 앨범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거슬렀다.
이승윤은 "난 긴 형태의 정규 앨범을 듣고 자랐고, 그것에 매료돼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라며 "어느 시기부터는 정규 앨범을 내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점에 이 음악들을 하나의 앨범에 담는 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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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제작 과정이 기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이승윤은 "음악인으로서 느끼는 고민이 있었고, 밴드 동료들과 무력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걸 돌파해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앨범"이라고 털어놨다. 덕분에 음악인으로서의 고민이 담겼고, 스스로 고민을 해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의 끝에 나온 음악이 타이틀곡 '역성'이다. 우리의 빛나는 순간들을 휘두르다 버린 시대와 세상에 대한 '역성'의 마음가짐을 그렸다. 이승윤은 "이 곡을 만들고 나서야 다른 곡의 메시지를 '거스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타이틀곡은 5분이 넘는 긴 곡이라는 게 큰 특징이다. 2분 남짓의 음악이 쏟아지는 유행 역시도 거스른 셈이다. 이승윤은 "노래 길이를 신경 쓰진 않는다. 내 노래가 이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위치의 가수는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맥락과 서사가 짜임새 있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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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밴드 붐? 착시일 뿐"…거스르는 이야기로 돌아온 이승윤]()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든 덕분에 이승윤은 이번 앨범에 자부심도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대곡(大曲)'을 만들고 싶었다. 만들고 싶었던 음악을 제대로 만든 것 같다. 이 '대곡'을 구현할 때까지 19년이 걸렸다"며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서 더 자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이승윤은 "올해는 음악인으로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을 냈다는 점에서 방점을 찍어도 되지 않을까"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끝으로 이 15곡 중 히트곡이 나오면 좋겠다는 열망도 드러냈다. 그는 "음악이 꼭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싱어송라이터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수요가 적은 공급을 하는 사람"이라면서도 "하나만 얻어걸려라"라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사진제공 = 마름모]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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