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고전 ‘위험한 관계’를 2026년의 시선으로 다시 펼쳐낸다.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강렬한 인상을 잇되, 세 인물의 서사와 관계를 한층 촘촘하게 확장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이 베일을 벗었다.
오늘(9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과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살아가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시리즈로 재해석했다.
정지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지점으로 조선 후기의 섬세함과 인물 관계의 확장을 꼽았다.
그는 “우리 생각보다 조선 후기가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한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잘 그려보고 싶었다”며 “특히 조씨부인과 희연의 관계에는 이전 작품에 없던 이야기가 있다. 그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 지점이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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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이전엔 없던 관계, 기대해도 좋다”…손예진·지창욱·나나가 다시 쓴 ‘스캔들’]()
손예진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시대의 한계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감춘 채 살아가는 조씨부인을 연기한다.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지우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스캔들’을 재해석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 봤던 작품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봤을 때 조씨부인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이런 인물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욕망과 금기가 공존하는 조선시대가 배경이고 사극이라는 점도 선택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극 중 조씨부인의 본명은 조윤이다. 어린 시절부터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글과 그림에도 뛰어난 재능을 갖췄지만, 여성의 재능을 펼칠 기회가 제한됐던 시대적 현실과 타협해 사대부의 부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은 정숙한 표정과 입 밖으로 내뱉는 대사, 그리고 진짜 속마음이 모두 다른 인물”이라며 “섬세하게 다가가지 않으면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나게 재봉틀로 다다닥 박아 나가는 인물이 있다면, 조씨부인은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완성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하며 숙제처럼 풀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지창욱은 명망 높은 가문 출신에 뛰어난 재능까지 갖췄지만 쾌락과 재미를 좇으며 살아가는 조원 역을 맡았다.
지창욱은 “원작이 가진 인물의 미묘한 감정과 인물들 간 관계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2026년에 다시 시리즈로 재해석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며 “정지우 감독님과의 작업은 물론 손예진 선배님, 나나 씨처럼 색깔이 다른 두 배우와 연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대됐다”고 작품 선택 배경을 밝혔다.
그는 조원에 대해 “처음에는 ‘조선 최고의 연애꾼’이라는 수식어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다 끝내고 나니 과연 최고의 연애꾼이 맞았나 싶었다”며 “혼란과 혼돈 그 자체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조씨부인이 제안한 위험한 내기에 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씨부인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라고만 하기에는 복잡하다. 사랑일 수도 있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일종의 복수였던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해 두 사람의 관계에 궁금증을 더했다.
나나는 혼례를 치르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정절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청상과부 희연을 연기한다.
나나는 “정지우 감독님의 팬이었고 작품도 잘 봐왔다. 감독님이 연출하는 사극이고, ‘스캔들’을 어떻게 재해석할지 궁금했다”며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역할이지만 제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제 모습을 대입해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희연에 대해서는 “시대가 정해놓은 운명을 따라야 하는 인물이다. 굉장히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희연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세상을 무서워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인물인데, 지금과는 다르지만 어린 시절의 저와 닮은 부분이 있었다”며 “과거의 제 모습을 되새겨 보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을 바라본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 이유도 공개됐다. 그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 배우들에게 선택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손예진에 대해서는 “어깨에 이야기 전체를 얹고도 캐릭터를 믿게 만드는 신기한 배우다. 이야기 전체를 책임지는 힘이 슈퍼히어로 같다”며 “이번에는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창욱에 대해서는 “조원은 다정한 남자인데, 지창욱 배우가 이전 작품에서 다정한 성격을 연기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여기에 유머까지 한 스푼 더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나에 대해서는 “희연이 전통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길 바랐다”며 “나나 배우가 이 인물에 썩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캐릭터를 믿게 만드는 힘에 감탄하면서 작업했다”고 전했다.
2003년 영화가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만큼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도 화두가 됐다.
손예진은 “당시에 영화를 본 뒤로 다시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지적인 잔상은 남아 있었다”며 “이번에는 시리즈이기 때문에 각 인물의 서사가 훨씬 많이 들어갔다. 배우로서 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매체였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작품이라 젊은 세대 중에는 보지 못한 분들도 많더라. 그런 분들은 새롭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화에서 이미숙이 선보였던 조씨부인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이고 당시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면서도 “이번에는 조씨부인의 서사가 훨씬 다층적으로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두기 이전에 대본 자체가 촘촘하게 달라져 있어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창욱 역시 “원작과 이전 작품을 많이 찾아봤기 때문에 선배님들의 연기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지금 제가 연기하는 조원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따라 할 수도 없고 너무나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조언을 구하며 저만의 조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나나는 “부담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부담감을 가지고 작업했고, 그걸 원동력 삼아 스스로에게 확신을 줬다”며 “원작을 좋아해주신 분들도 이번 작품의 다른 신선함을 충분히 즐기고 비교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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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이전엔 없던 관계, 기대해도 좋다”…손예진·지창욱·나나가 다시 쓴 ‘스캔들’]()
‘스캔들’은 의상과 세트, 소품 등 시각적인 완성도에도 공을 들였다. 정지우 감독은 한복 디자이너 차이킴과의 협업을 소개하며 “민화를 돋보기로 보며 연구하는 치밀한 계획과 배우, 캐릭터에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을 찾아가는 열린 우연이 함께 있었다”며 “익숙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한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창욱은 “세트가 너무 멋있었고 의상은 말할 것도 없다. 조원의 색안경이나 자명종처럼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고, 나나 역시 “북촌 세트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셔서 실제 조선시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이 직접 꼽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판소리다. 그는 “판소리 한마당이 되는 것처럼 판소리로 시작해서 마무리되는 커다란 구조를 만들었다”며 “특히 한국 관객에게 판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운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판소리가 작품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주의 깊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03년 영화가 당시 파격적인 수위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번 작품의 표현 수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 감독은 짧지만 분명하게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답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나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뜨거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보시는 분들도 그 뜨거움을 느끼면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각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리즈가 끝난 뒤 많은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지창욱은 “다양한 그림과 매력, 관계가 굉장히 재미있는 시리즈”라고 자신했다.
고전을 다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세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한층 깊게 파고든 ‘스캔들’이 20여 년 전 영화와는 또 어떤 다른 매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스캔들’은 오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사진 제공 = OSEN]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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