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POP이 소속감과 일체감에 목숨을 걸던 시기가 있었다. ‘○○타운’, ‘□□패밀리’라고 자칭하며, 소속 아티스트들을 전부 불러 모아 콘서트를 하거나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기도 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가상국가를 건국한 회사도 있다. 하지만 최근 그런 기류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 회사를 대표하던 아티스트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 떠난다. 낭만이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시대가 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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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보아도, 블랙핑크도 떠났다…]()
사진=베이팔엔터테인먼트
최근 이런 기류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가수 보아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결별이다. 지난 25년 동안 보아는 SM의 기둥이었고, SM은 보아에게 이사 직함까지 달아줬다. 그런 보아조차 수십 년 정든 곳을 떠났다. 여기에 NCT의 마크와 텐,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 등 SM의 핵심 전력들이 최근 수년간 줄줄이 자기 회사를 차리거나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YG엔터테인먼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블랙핑크 멤버들 중 현재 YG에 온전히 소속된 이는 없다. 팀 활동만 YG와 함께하고, 개인 활동을 위해서는 각자 자기 회사를 세워 나갔다. 이제 어느 회사에 소속된 가수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
여전히 SM, YG, JYP, 하이브의 명성은 높다. 사실상 ‘핵우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다. 그런데 왜 이들의 독립 선언은 계속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상호 이사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의 계산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이돌로 7년 정도 뛰면 다들 새 출발을 해보고 싶어 한다. 해보고 싶은 음악도 많아진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계약을 원치 않는 이들을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다”며 “7년쯤 되면 팬덤의 화력이 아무래도 예전만 못하게 되는 만큼, 이때 회사는 무리하게 재계약을 추진하기보다 현재 잘나가는 신인 그룹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수는 더 자유로운 활동을 꿈꾸고, 회사는 신구 교체 통한 효율을 따지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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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보아도, 블랙핑크도 떠났다…]()
혹시 K-POP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아티스트의 힘이 회사에 역전된 것일까.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회사가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과거에는 대형 기획사가 제공하는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자체가 아티스트에게는 절대적인 가치로 작용했다면, 현재는 개인 브랜드의 영향력이나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율적인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다”며 “이제는 어느 회사 소속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획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가수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진짜 ‘비즈니스’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 ‘반반 계약’이다. 팀 활동은 기존의 소속사와 같이하고, 개인 활동은 자신의 회사에서 이어가는 방식이다. 가수 입장에서는 팀의 명성을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자유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활동을 이유로 팀을 탈퇴하는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이제 서로 다른 회사 소속이 된 만큼 멤버들이 따로 시간을 맞춰 연습하고 공연까지 소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몸은 멀어져도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쉽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과거의 K-POP이었다면 소속사 이탈은 곧 ‘배신’, 그리고 소속 그룹의 해체로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었다. 회사 측에서도 앙금이 남아 이전 소속 아티스트의 방송 출연 등에 마뜩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괴담(?)도 널리 알려진 연예계 비화다.
그러나 이제 무작정 가수를 울타리 안에 가두고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 이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며 어떻게 협업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너 어느 회사 다니니?”보다 “너 요즘은 뭘 하고 있니?”가 더 중요해진 시대. 성공하든 실패하든 안전한 울타리를 뒤로하고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모든 스타의 앞날에 건승을 빈다.
[사진=OSEN]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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