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데이식스)가 돌아오자 차트가 흔들리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QWER이 대박을 터뜨린다. 이제 ‘밴드 포맷’은 더 이상 ‘홍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화려한 군무가 기본값이던 K-팝 음악에도 기타와 드럼이 올라탔다. 관용어처럼 쓰이던 ‘밴드 붐’은 이제 체감이 아니라,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음악산업백서’와 주요 음원 플랫폼 데이터는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밴드 붐’이 단발성 유행이 아니라, 대중의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밴드 붐인 이유: 실리카겔, DAY6 그리고 Q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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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흔들고, QWER 터뜨렸다…진짜 ‘밴드 붐’이 왔다]()
사진=OSEN
먼저 밴드 음악의 약진을 수치로 확인해 보자. 멜론 데이터랩에 따르면 인디 신의 대표주자 실리카겔은 2023년 11월 대비 12월 스트리밍이 164.5% 급증했고,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스트리밍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9.6%나 폭증했다. ‘어쩌다 보니 듣게 된 장르’에서 ‘기어이 찾아내서 듣는 장르’로 바뀌었다는 신호다.
‘밴드 붐’의 대표주자인 DAY6의 데이터는 이런 변화를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2024년에만 3억 4천만 회에 달하는 스트리밍을 추가하며 ‘멜론의 전당 빌리언스 클럽’에 입성했다. 과거 발표곡들이 차례로 차트를 역주행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한 현상은 밴드 음악이 어느새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여기에 유튜버와 틱톡커 등 크리에이터 출신들이 모여 만든 QWER은 데뷔곡 ‘고민중독’으로 멜론 일간 차트 최고 4위를 기록하며, 현재의 ‘밴드 붐’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인생은 실전이야” 현장감·실력파 원하는 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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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이 같은 밴드 음악의 부상은 단순히 대중의 취향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백서는 같은 기간 음악 시장이 ‘경험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스레 현장에서 실력을 증명하는 음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K-팝 아이돌은 투어를 통해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이 변화에 화답했고, 밴드는 라이브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대답했다. 그 결과가 앞서 확인한 차트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 밴드의 아이돌화~이것은 밴드인가 아이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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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흔들고, QWER 터뜨렸다…진짜 ‘밴드 붐’이 왔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번 변화는 기획사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획사들은 댄스 아이돌의 성공 공식을 밴드에 이식하거나, 반대로 아이돌 그룹에 밴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와 DAY6는 멤버 개개인의 연주 실력과 자작곡 참여 비중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지난해 7월과 9월 공연을 이어가며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쌓는 데 힘을 쏟았다.
반면 ‘밴드의 아이돌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밴드 루시(LUCY)는 미니 6집 선공개 곡 발매 당시 멤버들의 일상을 코믹툰 형식의 숏폼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공개했다. 과거 밴드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초심을 잃었다”, “돈에 영혼을 팔았다”는 팬들의 비난을 받던 시절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 윈-윈이란 이런 것…밴드 음악 뜨자, 페스티벌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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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밴드 음악의 부흥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연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4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12만 명,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8만 5천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라이브 공연에 대한 갈증이 컸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페스티벌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공연은 밴드 아티스트에게 음원 수익을 넘어서는 핵심 수익원이자 팬덤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됐다.
● 밴드 음악에 놓인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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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하지만 이처럼 밴드 음악이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면서 따라야 할 암묵적 규칙도 늘어났다. 밴드 역시 아이돌 그룹처럼 숏폼 콘텐츠 참여와 캐릭터 서사, 팬덤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고, 아티스트의 사생활 관리 역시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암묵적 규칙’은 ‘밴드의 아이돌화’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 메인 장르로 남기 위해 규칙을 따르자니 정체성이 흔들리고, 밴드 고유의 문법을 고수하자니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밴드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밴드는 지금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 밴드 붐, 어쩌면 K팝 산업의 구세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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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다만 이런 고민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가 ‘밴드 붐’이 대중의 변덕에 따른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댄스 음악 일변도였던 K-팝 시장의 장르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 퍼포먼스보다 악기 연주의 역동성과 라이브의 현장감을 원하는 대중의 기호가 계속해서 ‘밴드 붐’에 힘을 싣고 있다. 밴드 음악이 2024~2025년의 흐름을 넘어, K-팝 산업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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