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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해체도 컴백도 아냐” K-팝 아이돌 ‘수납 포비아’의 실체

2025.12.04 오후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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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해체도 컴백도 아냐” K-팝 아이돌 ‘수납 포비아’의 실체
[이미지=생성형 AI(ChatGPT)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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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팬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 바로 ‘수납’이다. 한때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쓰이던 은어였지만, 이제는 대중을 상대로 한 기사 제목에도 오르는 말이 됐다.

팬들이 말하는 ‘수납’은 단순히 ‘휴식기’ 혹은 ‘공백기’와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해체도 아니고, 컴백도 아니며, 계약은 유지되지만 활동이 멈춘 채 서랍 속에 보관만 해 놓은 상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 ‘수납’은 단지 팬덤의 기우(杞憂)에 그치는 말일까, 아니면 K-팝 시스템이 만든 실제 위험 신호일까.





“해체도 컴백도 아닌 상태”…팬들이 말하는 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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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해체도 컴백도 아냐” K-팝 아이돌 ‘수납 포비아’의 실체
[이미지=생성형 AI(ChatGPT)로 제작]

먼저 우리는 ‘아이돌 수납’이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팬들은 “소속사에서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돌, 푸시도 없고 새 앨범도 안 내 주고, 그렇다고 팀 해체는 아닌데 그냥 서랍에 넣어 놓기만 하는 것”으로 수납을 정의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서랍에 넣어 두고 잊었다”는 표현이 반복되면서 이 단어가 퍼져 나갔다.

이 뜻풀이에는 두 가지 감정이 겹쳐 있다. “그룹을 밀어줄 능력은 있는데 회사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서운함,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공포감이다.

아이돌의 ‘활동 수명’이 짧게 인식되는 것도 수납 공포를 키운다. K-팝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마의 7년’이라는 말이 따라붙어 왔다. 연예인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제한한 이후, 적지 않은 그룹이 7년 즈음 해체 혹은 멤버 구성 재편을 겪으면서 “아이돌 수명은 7년”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짧게 잡으면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10년 남짓한 전성기 안에서, 공백 1~2년은 아이돌과 팬 모두에게 부담이 큰 손실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1년간 이어진 뉴진스–어도어 분쟁은 이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1년 6개월 휴식’ 계획은 팬덤과 투자자 사이에서 ‘강제 수납’ 시도라는 해석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수납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공론장에 올라오고, 팬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것도 이즈음이다.
업계의 항변, “의도적인 수납은 없다”

다만 ‘수납’을 바라보는 K-팝 현업의 인식은 대중과 조금 다르다. 모 대형 기획사에 근무 경험이 있는 A씨는 “의도적으로 팀을 수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소속사 사정상 활동 텀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일부러 ‘수납해야지’ 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데뷔시키기까지 투입된 돈이 얼마인데, 손해를 감수하면서 의도적으로 활동을 안 시키겠느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인 B씨도 “우선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긴 연예인은 쉰다고 해도 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이라 개인 스케줄만 나가도 어느 정도 꾸미고 나가야 한다. 일종의 ‘품위 유지비’가 계속 나가는 셈인데, 무작정 수납하겠다고 쉬게 한 다음 이 비용만 대는 구조는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공백이 길어진다고 해서 회사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구조는 아니라는 게 업계 쪽 설명이다. “수납은 팬이 붙인 표현일 뿐, 현실에선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인식에 가깝다.
그래도 팬덤은 의아한 ‘설명되지 않는 공백’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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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해체도 컴백도 아냐” K-팝 아이돌 ‘수납 포비아’의 실체
[이미지=생성형 AI(ChatGPT)로 제작]

하지만 법조인의 시선은 또 다르다.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을 맡은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수납이 이뤄졌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전제한다.

노 변호사는 “수납은 일종의 분위기에 가깝다. 아티스트들은 ‘내가 회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정확하게 알지만, 홍보비를 얼마 쓰고 어느 행사에 보내고 어떤 프로듀서를 붙이는지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 판단”이라며 “법적으로는 전속계약에 따라 기획·배치 권한이 소속사 재량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런 수납 혹은 방치가 문제에서 비켜나는 것은 아니다. 노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아티스트의 보호·기획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계약 위반일 수 있지만,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해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수납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노 변호사는 “대놓고 차별하지 않더라도, 한 단계씩 낮은 행사와 애매한 자리를 배정하고 결국 앨범을 안 내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라며 “업계에 만연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법적으로는 회사가 프로듀서·기획자 섭외를 위한 접촉 기록을 남기고, 여러 시도를 했다는 증빙만 있으면 면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가 아니라 ‘노력을 했다는 흔적’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업계는 “의도적인 수납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하고, 법은 “수납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백, 설명되지 않는 일정 보류를 수납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 인식 차이는 결국 숫자와 돈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그 뒤에는 항상 사업 논리가 있다. 컴백 한 번에 수억 원이 드는 시장에서 회사는 매출 회수 가능성이 높은 팀에 자원을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는 일정이 뒤로 밀린다. 그러나 이 판단은 당연히 팬에게는 세세하게 설명되지 않고, 아티스트는 가장 중요한 성장 시간을 잃게 된다.

박송아 대중문화 평론가는 “결국 수납은 인재를 생산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비효율을 드러내며, 팬덤 신뢰, 브랜드 가치, 아티스트 커리어가 동시에 축소되는 지점”이라며 “이 현상은 K-팝 시스템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핵심 취약성을 보여 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K-아이돌 수납, 문제는 단어가 아니라 상황이다

즉, 우리가 줄곧 이야기해 온 이 ‘수납’이라는 단어는 회사의 경영 판단과 팬덤의 집중 감시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나온 말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업계는 “의도적인 수납은 없다”고 말하고, 법은 “있다고 해도 노력한 증거만 있으면 회사는 면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아이돌과, 이런 그들을 지켜 보는 팬덤에게는 설명되지 않는 공백과 애매한 배치 하나하나가 수납의 전조 증상처럼 보인다.

수납이라는 단어는 결국 서랍을 잠글 수 있는 쪽이 아니라 그 서랍 안에 들어갈까 두려운 쪽이 만들어 낸 언어다. 계약서 어디에도 ‘수납’이라는 조항은 없지만, 비용과 권한이 한쪽에 몰려 있고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반복되는 한, 팬덤이 느끼는 수납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K-팝이 바꿔야 할 것은 ‘수납’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 말이 붙는 상황이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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