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그중에서도 방송가는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발을 들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비슷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다.
그런데 이 아나운서는 달랐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방송이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산 KBS의 정재희 아나운서는 화려한 예능보다 뉴스와 교양, 유튜브와 봉사로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자신의 길을 조용히 증명해왔다.
“사실 저는 예고를 나와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재능의 한계를 느꼈죠.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더라고요. 그러다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봤는데, ‘유명해지지 않아도 TV에 나올 수 있는 직업이구나’ 싶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정 아나운서는 그때부터 운명처럼 방송에 발을 들였다. 광주 KBC에서 첫 마이크를 잡았고, 열정과 의욕만으로 모든 걸 버티던 시절, 촬영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1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이때를 “병원 침대에서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이대로 끝이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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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 아나운서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방송 때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카메라를 외면하거나 멀리 달아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달아날 수 없었다.
“그 당시 제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일부러 웃었죠. ‘나 괜찮아, 찍어봐’ 하면서요. 처음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찍었는데, 나중에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당신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댓글을 남겨주셨죠. 그걸 보고 다시 방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유튜브는 정 아나운서의 두 번째 무대가 됐다. 지금은 그곳에서 모인 팬들과 봉사활동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유튜브도 연습용으로 시작했는데 팬들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13만 명 정도예요. 편집도 직접 해요. 힘들긴 하지만 저의 유일한 소통 창구니까요. 그래서 그만둘 수가 없어요. 팬들과는 팬미팅 대신 봉사를 해요. 플로깅, 연탄, 유기견 보호소 봉사까지 지금까지 네 번 했죠. 팬들이 저보다 더 열심히 와요. 저한테는 그게 진짜 팬미팅이에요.”
불의의 사고를 이겨낸 정 아나운서는 부산 KBS로 이직했다. 그리고 아침 뉴스 ‘뉴스930’의 앵커석에 앉아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뤘다.
“첫 방송 때 기자 이름을 틀렸어요. 어떻게 방송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떨렸죠. 그래도 열심히 연습하고, 선배님들께 어떻게 뉴스 진행을 해야 하는지 계속 여쭤봤어요. 며칠 뒤 한 선배님이 ‘이제 앵커 티가 난다’고 하셨는데, 정말 울컥했어요.”
그의 노력에 부산 KBS도 응답했다. 정 아나운서는 ‘아침마당’ MC 자리를 맡으며 방송 커리어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제가 직접 지원했어요. 꼭 하고 싶다고. 국장님이 ‘네가 욕심이 있다면 한번 해봐라’ 하셨죠. 부장님이랑 케미도 좋아요. 생방송에서 ‘질러봐, 실수해도 된다’고 하시니까 진짜 편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이후 정 아나운서는 ‘아침마당’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했다. 방송 중 노래까지 불렀고, 그 덕에 부산 KBS 개국 90주년 기념 음원 녹음에도 참여했다. 팬들로부터 커피차도 받았다. 정 아나운서는 “커피차 때는 진짜 조금 연예인이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부산 시민분들이 오이를 주시거나 손을 잡고 ‘잘 보고 있다’고 하세요. 진짜 힘이 돼요. 저는 그 정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해요.”
그렇다면 부산 시민들을 매료시킨 정 아나운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아마 제가 꾸미는 걸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예쁜 척도 안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웃어요. 앞으로도 연예인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요. 친한 언니나 예쁜 동생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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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바람과 달리 정 아나운서는 서서히 대중의 눈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새 프로그램 ‘은밀한 연예’에서 개그맨 신규진과 함께 메인 MC를 맡으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한 걸 대신 물어보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연예 이슈를 다루면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하죠. 뉴스처럼 딱딱하기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처럼 다뤄야 오래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정 아나운서의 활동 스펙트럼은 이제 앵커와 진행자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앞으로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나운서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예요. 진지할 땐 진지하게, 웃길 땐 웃길 수도 있죠. 뉴스도 하고, 노래도 하고, 진행도 해요. 앞으로도 더 많이,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저 같은 사람에게 아나운서는 정말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딱 맞는 직업이에요.”
[사진=본인 제공]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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