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새 조폭을 무서워해. 같이 다니면 쪽팔리니까 그렇지"
영화 속 대사처럼 조폭의 이미지가 '공포'로 대표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긴 시간 한국 코미디 영화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해 왔던 '조폭 코미디' 역시 마찬가지다. 뻔하디뻔한 '조폭 코미디'란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고, 폭소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설정을 뒤집은 '보스'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 수많은 영화가 그렇듯 보스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아니라, 보스가 되고 싶지 않아 치열하게 양보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보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기존 '조폭 코미디' 장르를 한 차례 비틀 뿐,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되 평면적이고 밋밋한 전개 방식으로 인해 퇴보했다는 인상마저 준다.
훌륭한 코미디는 웃기는 '상황'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상황을 통해 인물이 성장하거나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를 구축한다. 그러나 '보스'는 서사를 쌓기는커녕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미지 확대 보기
![[Y리뷰] 추석 유일 코미디]()
영화 '보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가족을 위해 중국집 주방장의 길을 가려는 나순태(조우진 분)와 탱고에 푹 빠져 새로운 삶을 꿈꾸는 동강표(정경호 분), 유일하게 보스가 되려고 하는 조판호(박지환 분)까지. 세 인물의 목표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며 그 어떤 긴장감이나 재미도 유발하지 못한다. 플롯이 제자리에 머물며 지루함을 유발하는 것이다.
'보스가 되기 싫어하는 조폭'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 자체에만 기댄 것도 문제다. 대사의 맛이나 편집의 리듬감 등 모순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연결하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보니 상황은 그저 설정으로만 남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영화는 코미디 장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마저 놓치고 만다. 훌륭한 코미디는 관객에게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과 애정을 끌어낸다. 그러나 '보스'의 인물들은 그저 '보스가 되기 싫다'는 기능적인 목표만 수행할 뿐, 관객이 마음을 붙일 만한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지 확대 보기
![[Y리뷰] 추석 유일 코미디]()
영화 '보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결국 '보스'는 새로운 세대의 '조폭 코미디'가 되지 못하고, '조폭 영화'도 '코미디 영화'도 아닌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게 됐다. 추석 연휴 유일한 코미디 영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까운 결과다.
영화 '보스'. 라희찬 감독 연출. 배우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황우슬혜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2025년 10월 3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 YTN 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들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ytnstar@ytn.co.kr로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