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생활이 예능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요즘은 부부 간의 갈등을 다루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다.
내용은 당연히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흔치 않은 깊은 사연들이 많기도 하고, 방송 특성상 부각해야 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혼 장려 예능'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YTN star에 “솔루션을 주는 것보다는 사생활을 도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들이나 출연자에게 그 문제를 더 깊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큰 리스크”라고 짚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축구선수 출신 고 강지용은 올해 초 JTBC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했다. 강지용, 이다은 부부는 시댁과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고백했다. 당시 강지용은 "자다가 죽는 게 소원이다. 죽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니까 차에 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솔루션을 통해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며 이혼 의사를 철회했다. 하지만 출연 한 달 만에 전해진 비보로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뿐 아니라 강지용의 부모가 유산을 요구하며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피웠다든가, 이에 격분한 '이혼숙려캠프' MC 서장훈이 장례식장에서 부모를 내쫓았다는 등 가짜 뉴스도 나왔다.
결국 아내 이다은은 "제발 저희 세 가족에 대한 억측을 자제해 달라"면서 "지용이 사진 걸고 안 좋은 글, 허위 사실 올리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혼숙려캠프' 측은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며 관련 영상을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이미지 확대 보기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본능 부부’ 편 역시 대중의 비난으로 출연자가 힘들어했다. 아내가 18살이던 당시, 열 살 연상의 교회 선생님이었던 남편과 임신을 해 결혼하게 된 부부다. 아내는 일곱 번의 임신과 출산을 했고, 미혼모 센터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적도 있다.
가스라이팅, 폭언 및 폭행, 성관계 요구 등이 의심되는 장면들이 방송되자 ‘본능 부부’는 악플에 시달렸고, 국민신문고에 방송 내용을 토대로 '아동 학대'라며 ‘본능 부부’에 대한 민원과 신고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내는 최근 SNS에 방송 5개월 후의 근황을 고백했다. 그는 “내 인스타는 온통 욕으로 도배. DM으로 욕도 오고 기사도 욕. 내가 죽었다는 가짜뉴스까지 나고, 우리가 이렇게 이슈가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나가고 난 뒤에는 여기 사는 지역, 사는 동네까지 피해가 갔다”라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종영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의붓딸 성추행 논란이 있었다. 방송에는 법정 제재가 내려졌고, 의붓아버지는 아동 성추행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부부는 결국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이혼을 콘셉트로 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축구선수 정대세 부부가 가상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어린 아들이 “슬프다”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 아동 학대 논란을 불렀다.
부부 갈등을 소재로 한 예능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잉꼬부부로 소문난 배우 최수종, 하희라 부부를 내세운 tvN STORY 부부 클리닉 ‘우리는 잉꼬부부가 아닙니다’가 6월 론칭을 예고했다.
위기를 맞은 부부들의 실제 사연을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해 최수종과 하희라가 각각 남편과 아내의 입장을 생생하게 연기하며 문제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변호사와 정신과 전문의가 카운슬러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부부 예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YTN star 공영주 (gj920@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