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흑수저(무명)' 요리사가 최고의 스타 요리사 '백수저(유명)'에게 도전장을 내민 100명의 계급 전쟁이다. 지난달 17일 공개 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한국 예능 중 최초다. 지난달 30일~이달 6일 누적 시청수는 400만 회(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1위를 포함, 총 18개국에서 톱10에 들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흑백요리사'가 시즌2의 제작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오늘(15일) 전해졌다. 이 가운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김학민 PD와 김은지 PD, 모은설 작가를 만나 시즌1 인기에 대한 소감과 제작 비화, 시즌2에 대한 각오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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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PD
우선 김학민 PD는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이 프로그램으로 가장 듣고 싶은 얘기가 뭐냐고 했을 때 '시즌2 빨리 내놓으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현실이 돼서 감사하다"라고 시즌2 확정 소감을 밝혔다. 김은지 PD는 "시즌2 제작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넷플릭스와 제작진이 한날 한뜻으로 마음이 합쳐진 거 같다"라고 감회를 전했다.
해외 인기에 대해 모은설 작가는 "대한민국 대표 셰프들이 100명이 나오기에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해외 반응은 사실 기대를 안 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 국내 반응이 '댓글 알바를 쓰나' 싶을 정도로 호평이어서 들떠 있었다. 글로벌 반응은 일주일 후에 나오니까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글로벌도 1위를 하게 됐다. 기존 요리 프로그램과 다른 구조와 볼거리가 있어서 흥행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시즌2 소식에 벌써부터 라인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모 작가는 "고든 램지 쪽에도 접촉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즌1에서 에드워드 리가 나와서, 시즌2에는 고든 램지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있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시즌2 확정되자마자 고든 램지 코리아 측에 연락을 했다"라고 귀띔해 기대를 자아냈다.
김은지 PD는 "대한민국에도 요리 실력자가 엄청 많아서 시즌2 라인업을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학민 PD 또한 "아직 시즌2 제작 발표도 안 됐을 때부터 지원하겠다는 메일이 오고 있다. 신기한 느낌이다. 많이 지원해 주시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모 작가는 "에드워드 리 셰프의 경우 '아이언 셰프' 우승자이자 백악관 국빈 만찬을 했던 분인데 참여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막내 피디에게 메일을 보내 봐라 했었는데 처음엔 답이 없었다. 이후에 한 번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화상 미팅 등을 거쳐 결국 출연하시겠다고 했을 때 제작진 모두 환호했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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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PD
'흑백요리사'의 뜨거운 인기의 바탕에는 전에 없던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안대를 쓰고 음식을 먹는 백종원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김학민 PD는 "전에 없던 그림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센 장면이 안대 장면일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백종원 선생님께 안대를 두르는 걸 상상했을까"라고 회상했다. 모 작가 또한 "우리 프로그램의 시그니처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블라인드 심사를 앞 부분에 배치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라고 부연했다.
김은지 PD는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정지선 셰프의 '빠스'를 언급하며 "촬영 당시에도 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스태프가 놀랄 정도였다"라면서 "다만 섹시하다고 평가할 줄은 예상 못 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새로운 요리 서바이벌을 기획했지만, 심사위원으로는 대중에게 익숙한 백종원이 출연했다. 그 배경에 대해 김학민 PD는 "백종원 씨가 요리 프로그램은 많이 나왔지만 심사는 오랜만이었다. 여러 우려가 있더라고 그것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만큼 많은 식재료를 알고 많이 체험하신 분은 없다고 생각해서, 기대가 더 컸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PD는 안성재 셰프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모수를 찾아가서 미팅을 했는데 생각보다 키가 있고 덩치가 크셔서 아우라가 있었다. '대한민국 실력자를 한 데 모을 것'이라고 하면서 과연 누가 심사를 할지, 다들 자존심이 세고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데 수용 못 할 우려가 있다고 했을 때, 안성재 셰프가 '내가 심사했을 때 대한민국 누구도 이의를 제의하기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셨고 거기에 제작진도 설득이 됐다. 그 한 마디에 매료됐다"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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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설 작가
뜨거운 인기만큼 시청자의 지적을 받은 부분도 없지 않다. 참가자들은 총 6라운드로 구성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요리 실력을 겨뤘다. 모 작가는 "안성재 심사위원이 요리의 의도를 물어봤듯이 우리도 모든 미션에 의도를 가지고 배치를 했다. 일어날 수 있는 변수까지 예상을 해서 매 라운드 다르게 배치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팀원 한 명을 방출하고 방출된 셰프들이 새 팀을 꾸려 대결한 레스토랑 미션의 경우 공정성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비록 기존 팀의 전략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인원 구성이 있어서 다른 팀보다 열세였기 때문이다. 김학민 PD는 "비단 레스토랑 미션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참가자들이 미션들이 본인들에게 조금 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다 프로들이시라 조금 더 하드하게 갔어도 될 법한 미션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말도 있었다"라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장치였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다만 제작진은 시청자의 평가를 모두 확인하고 있으며, 호평은 살리고 비평은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모 작가는 "요리 쇼가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봤고, 그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 새로움을 가미하려 노력했다. 저희 제작진이 댓글이며 반응을 다 보고 공유하고 있어서 시즌2에서 많이 보완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PD는 "라운드 별로 장르가 바뀌는 느낌으로 구성을 했다. 다양한 재미를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구성한 면이 있는데, 이제야 피드백을 받는 게 있다.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신 부분은 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요리 후 남은 식재료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에도 답했다. 모 작가는 "100인분 요리 미션에서 자문하시는 분들에게 적정 식재료가 얼마나 될 것인지 체크해서 준비를 했다"라고 밝혔고, 김은지 PD는 "그럼에도 얼마나 사용할지는 예측이 불가능 한 상황이었다. 다만 무한대로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라고 설명했다. 김학민 PD는 "남는 식재료를 최소화하려 고민했고, 현장에 축산·수산물 가공업자를 모셔서 남은 것을 모두 소분해서 제작진이 나눠 가져갔다"라고 덧붙였다.
'흑백요리사'가 공개된 후 온라인에는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고, 출연자들의 식당 예약률이 급증하는 등 외식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모 작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승자 한 분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우승자 외 나머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프로그램은 탈락하신 분들도 인기를 얻고 응원을 받아서 좋다. 100명의 요리사들을 모신 게, 이렇게 다양하고 여러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라운드 별로 다양한 분들이 주목을 받고 주인공이 될 수 있어서 제일 기뻤던 거 같다"라고 반겼다. 김학민 PD는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만큼 보여드리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지만 60분 안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어려웠다"라는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모 작가는 "기존의 요리 서바이벌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흑과 백을 나눴는데 시청자들은 순수하게 요리에 미친 자들의 진심에 열광해 주신 거 같다. 흑수저는 백수저에 대한 존경심이 있고, 백수저들은 흑수저를 보면서 '나도 저랬었지'라는 마음이 있더라. 승부 후에는 결과를 인정하고 서로 응원하며 키친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서바이벌과 달리 좋아해 주신 거라고 생각을 했고, 시즌2에서도 그 기조는 꼭 지켜서 제작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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