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성애 코드는 반칙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식만을 생각하는 어머니를 묘사한 대목을 보고 눈물 쏙 빼지 않을 자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영 새롭지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도 않고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 '정이'다.
영화 '정이'는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부산행'과 '반도', 초자연적 현상과 사후 세계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그린 '지옥'까지, 매 작품마다 놀라운 세계관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정이'에서는 22세기 A.I. 전투용병의 뇌 복제 실험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넷플릭스는 '정이'를 '한국 SF영화의 새로운 신기원을 열 영화'로 홍보하고 있지만, 그동안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즐겨온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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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이 지구가 아니라 가상 공간이고, 인간인 줄 알았던 몇몇 주인공이 사실은 만들어진 A.I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을뿐더러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결말이 비교적 쉽게 유추된다. 후반부는 신파와 감동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영화 초반부 연 감독이 심어놓은 반전이라면, 열심히 적군과 싸우던 정이(김현주 분)가 알고 보니 식물인간이 된 그의 뇌를 복제해 만들어진 A.I이고, 이 개발에 참여한 서현(강수연 분)이 정이의 어린 딸이었다는 점인데 그 이후 전개는 비교적 뻔하게 느껴진다.
과거 정이는 아픈 딸의 수술비를 위해 전쟁에 참여했으며, 수술날에는 마지막 출동을 했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회사 '크로노이드'와 계약했고, 내전이 끝나자 회사에 의해 여러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서현은 분노하고, 어머니의 복제된 뇌를 장착한 A.I.를 회사에서 몰래 빼내 탈출한다. 탈출하는 전차 안에서 연구소장 상훈(류경수 분)을 마주하지만 그를 처단한 뒤 "이제 자신만 생각하며 자유롭게 살라"며 A.I.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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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서현이 A.I.를 몰래 빼내 탈출하는 장면은 긴박감을 주지만, 결말이 쉽게 유추 가능한데다 다소 신파적으로 느껴져 일부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리고 이 장면에 도달하기까지의 1시간 동안 이미 지루함을 느끼게 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
완성도 높은 CG가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낸다. 지구와 다른 모습의 쉘터, 김현주 씨의 얼굴을 똑같이 구현해낸 A.I.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9년 만의 복귀에 언제나처럼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故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모습도 이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안·각본·감독 연상호. 강수연 씨, 김현주 씨, 류경수 씨 등 출연. 러닝타임 99분. 1월 20일 넷플릭스 공개.
[사진출처 = 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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