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이은지 "’지구오락실’, 나영석PD란 말에 아묻따 YES!"

예능계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고 있다. 'MZ세대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그 중심에 선 코미디언 이은지 씨.

지난달 24일 방송을 시작한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4명의 용사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1박2일'과 '신서유기'의 계보를 잇는 '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형식만 보면 '신서유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프로그램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하나. 바로 새로운 출연진이다.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씨로 구성된 새 크루는 종전 프로그램과 똑같은 상황과 미션이 주어져도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일 때도 쉴 새 없이 제작진에 게임을 요구한다.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지친다며 다음 미션을 재촉하고, 제작진의 실수에 가차 없이 "땡!"을 외친다. 웬만한 게임은 예사로 통과해 제작진이 긴급회의에 돌입하게 만들고, 급기야 "영석이 형, 지금 몇 년 차인데 그러시냐"라며 '역꼰대' 발언으로 제작진을 쩔쩔매게 만든다.

방송 후 나영석 PD와 MZ세대 여성 출연자의 새로운 조합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이은지 씨는 본업이 가수 멤버들 사이 유일한 코미디언으로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은지 씨가 이 프로그램에서 빛나는 이유는 코미디언으로서 큰 웃음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이영지와 첫 만남에 '괄괄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동생들의 예능 캐릭터를 짚어주고,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 다리 역할을 자처해 중심을 잡아준다. 맏언니로서 '리더십'과 케미를 위한 '멤버십' 사이 균형이 돋보인다. 웃기겠다는 욕심을 오히려 내려놓은 결과다. 잘 짜인 콩트 무대나 웹 예능에서 보던 '부캐'와는 다른, '본캐' 이은지 씨만의 매력이다.

Q. '뿅뿅 지구오락실' 첫 녹화 때까지 제목, 포맷, 출연진 등 모두 비밀이었던 거 같던데요. 어떤 프로그램으로 알고 출연하셨어요?
일단 저를 섭외하셨으면, 굉장히 예능 요소가 강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나영석 PD님, 박현용 PD님, 이우정 작가님, 최재영 작가님이라는 것만 들었고요. 근데 전부터 제작진들의 팬이었어서. '1박2일'부터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산촌생활', '윤식당' 등등 전부 봤거든요. 워낙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을 만든 분들이라, 회사에서 "프로그램이 하나 들어왔는데 나영석 PD님이야"라고 하기에 듣지도 않고 바로 "해야죠!"라고 했죠.

Q.그때까지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나요?
그냥 "은지 씨가 (출연진 중에) 제일 큰 언니예요" 정도만 들었어요. 첫 촬영 때 설명을 들은 뒤에는 '아, 여자 버전의 신서유기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신서유기'에서 용볼을 얻는 미션이 있는데, '지구오락실'에서 토끼를 잡으러 다니는 상황과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신서유기'를 워낙 재미있게 봤거든요. 또 멤버들도 그날 처음 만났는데, 초반엔 낯설었지만 궁합은 잘 맞는 거 같았어요. 든든한 마음으로 첫 촬영을 잘 한 거 같아요.

Q.멤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요? 첫 만남 같지 않은 케미가 나왔는데요.
우선 영지가 앉아 있어서 '이 친구만 믿고 가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잘 하는 친구라 의지가 됐죠. 미미와 유진이는 제가 워낙 아이돌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무대 영상으로 보다가 실제로 만나니까 연예인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대화를 해보니까 정말 털털하더라고요. 첫 촬영인데도 너무 편안했어요. 서로를 잘 아는 동네친구를 만난 것처럼. 뭐 동생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 애들은 '그 언니 불편했어 이런 거 아니야?' 하하하.

Q.홀로 코미디언이라 웃음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8년 정도 활동을 하다 보니 깨달은 게, 제가 '웃겨야지' 하고 덤비면 안 웃기더라고요. 오히려 웃음에 대해서는 마음을 내려놨어요. '애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 케미는 어떨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제가 맏언니다 보니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어요. 근데 제작진이 '우리 그냥 여행가는 거야'라고 계속 말씀해주시고, 미팅 때나 촬영 때도 그런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셔서 웃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말 즐겁게 임한 거 같아요.

Q.버라이어티는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위화감이 전혀 없어요.
정말 감사한 게, 제가 MBC 웹예능 '해장님'이라는 콘텐츠를 했거든요. 그걸 하면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지구오락실'을 하면서도 '만약 해장님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촬영한 순간들이 종종 있었어요. 또 제작진과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첫 번째 버라이어티임에도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그 동안은 주로 막내나 후배라인이었던 거 같은데, 맏언니 역할 해보니 어땠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막내인 거 같고, 정신적으로 힘든 건 언니 같아요. 아무래도 막내는 계속 뛰어야 되고 텐션이 좋아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테고. 언니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두루두루 챙겨야 하니까 정신적으로 힘들죠. 음… 근데 제 성향에는 언니가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약간 '젊은 꼰대' 기질이 있거든요. 하하하.

Q.에너지도 동생들에게 뒤지지 않던데요?
그렇게 힘든 건 없었어요. 제가 틈틈이 몰래 몰래 잘 쉬기도 하고 유산균, 홍삼, 아르기닌 같은 것을 잘 챙겨 먹었죠. 하하. 애들은 안 먹어도 되는데 저는 그런 걸 좀 챙겨 먹어야 잘 놀 수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체력을 챙기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얼마 전에 흑마늘즙도 구매했어요.

Q.촬영이 아닐 때도 서로 소통하나요?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릴 때 서로 컨펌하는 단톡방이 하나 있어요. ‘이 사진 올려도 되냐’ 그런 얘기도 하고, 또 서로 DM도 주고받고, 모니터링도 하곤 해요.

Q.출연진이 영지 씨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발벗고 나서 도와주는 모습도 방송에 나왔어요.
도와준다는 느낌보다 재밌어서 같이 노는 느낌이에요. 미미, 영지 둘 다 크리에이터이기도 하고, 저도 '은지랑'이라는 채널을 하고 있어서, 콘텐츠 촬영에 대해서도 서로 이해도가 높고 편하게 받아들여요. 다들 창작자의 기질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함께 한 거 같아요.

Q.그렇게 찍은 '러브 다이브' 영상은 조회수 700만이 넘었더라고요.
사실 '러브 다이브'하면서 물에 빠지자는 아이디어를 낸 게 저예요. 하하. 챌린지 찍자는 얘기를 하던 중에 가사가 '숨 참고 러브 다이브'니까 한 명씩 물에 빠지는 게 어떠냐고 했죠. 영지한테도 ‘어디 가면 언니 아이디어가 일조했다고 널리 퍼뜨려 달라’고 했어요(웃음).

Q.이은지 씨 채널에는 뭔가 안 올리시나요?
제 채널까지는… 생각을 못했어요. 하하. 채널이 미미하기도 하고, 그냥 이 친구들이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저를 진짜 동네 언니 같이 느끼길 바랐죠. 가수이다 보니 이렇게 카메라가 하루 종일 있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 친구들이랑 더 편하고 솔직해지고 싶어서 제가 먼저 비밀 얘기도 하고 그랬죠. 꾸며내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게 이번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제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Q.친화력이 좋은 게 눈에 보였어요.
제가 궁금증이 많다 보니 질문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친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친화력이 있긴 한데 기복이 있어요. 잘 맞을 거 같으면 바로 달려드는 데, 막상 잘 안 맞을 거 같으면 또 선을 지키는 편이에요.

Q.랜덤 플레이 퀴즈 때 깜짝 놀랄 춤실력을 보여줬어요. 가수인 동생들 못지않게 안무를 다 꿰고 있던데요?
원래 무대 영상을 좋아해요. 음악 듣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장르도 다양하게 들어요. 특히 콩트를 짤 때 음악부터 찾는 편이거든요. '코빅'에서 '국주의 거짓말' 코너 BGM도 제가 찾았죠. 또 제가 댄스스포츠를 했다 보니까, 좋아하는 음악에 좋아하는 춤을 추는 행복을 알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이 알게 됐죠.

Q. 댄스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거 같아요. '나 혼자 산다'에서 댄스스포츠 선생님과 눈물의 재회를 하기도 했잖아요.
제가 선천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하고, 눈물이 별로 없어요. 저도 제가 울 줄 몰랐어요. 그 음악 소리, 그 연습실, 선생님이 등장하는 데 눈물이 팍 나오더라고요.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할 때도 선생님은 항상 슈퍼스타처럼 대해주고 응원해 주셨어요. 뭔가 조금 그래도 인지도가 올라가고 선생님을 만난 것에 대한 뿌듯함과 선생님을 보고 싶었던 마음,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던, 나의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 곳에 다시 왔다는 마음이 교차되면서 눈물이 나왔죠.

Q.그 이후 다시 춤을 출 기회가 있었나요?
그때 춤을 추니까 다시 추고 싶더라고요. 8월 방송 예정인 tvN '우리들의 차차차'에서 자그마한 역할 하나 하게 될 거 같은데, 오랜만에 춤을 추게 돼 재밌을 거 같아요. 근래 가장 두근거리는 일이에요.

[사진 = 전용호 PD (yhjeon95@ytn.co.kr)]



YTN 최보란 (ran613@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