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 공주가 마법을 부렸나 봐요~"
고등학생이 내뱉기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따뜻하고 순수한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 2019년 가장 주목할 만한 배우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서 차민혁(김병철) 노승혜(윤세아) 부부의 쌍둥이 형 차서준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김동희다.
'SKY 캐슬' 속 인물들은 치열하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을 서울의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학생들도 맹렬하게 공부한다. 차서준은 자신의 목표보다 주변을 먼저 챙기는 풍부한 감수성의 학생이다. 최상위권 성적을 강요하는 아빠 차민혁의 강압적인 교육에 혼란을 겪고 겁에 질리기도 하지만 결국 옳은 일을 선택하려고 한다.
김동희는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은 물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차서준에 낙점된 그에게 '랜선 아들' '어린 왕자'와 같은 애칭은 덤이었다. 데뷔작인 웹드라마 '에이틴'을 성공리에 이끌고 두 번째 작품인 'SKY 캐슬'까지 사랑받은 그지만 "차분해지려고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SKY 캐슬'의 인기에 들뜨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것을 준비하려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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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KY 캐슬'이 22.3%(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넘으며 비지상파 채널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첫 번째 드라마가 엄청난 성과를 냈잖아요.
김동희(이하 김): 처음이다 보니까 이것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인지 실감을 못 하고 있어요. 마냥 '우와' '대단하다' 이런 상태에요.(웃음) 현장 분위기는 원래 좋았어요. 배우, 스태프들의 합이 잘 맞았거든요. 아무래도 시청률이 높으니까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일단 흘러가는 대로, 저에게 주어진 거를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로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차서준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요? "엘사공주가 마법을 부렸나 봐요"라는 대사는 인물의 순수성을 말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김: 차서준은 순수하고 하얀 도화지 같은 인물이에요. 그 부분을 가장 고민했어요. 어떤 걸 참고하다기보다 제 안에 있는 차서준 같은 모습을 많이 찾으려고 했죠. 그걸 많이 꺼내려고 했습니다. '엘사공주' 대사는 자칫 잘못하면 '오그라든다' '뭐냐'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죠. 어떻게 하면 제가 차서준의 순수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열심히 연습했어요. 문장의 어투보다 그 느낌,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죠. (조)병규 형이랑 (윤)세아 선배님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화목한 가족의 분위기로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Q: 극 초반 스터디룸에서 차민혁에게 교육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는 아빠의 모습에서 공포를 느꼈는데, 실제 촬영은 어땠나요?
김: 저에게도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비친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차서준은 아빠한테 많이 억압받고 있었죠. 물론 표현을 할 수 있었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빠의 뜻을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기할 때 차서준의 공포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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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약 아빠가 차민혁 같다면 김동희는 어떤 아들이 됐을까요?
김: 실제 저희 아빠는 너무 귀여우시거든요.(웃음) 그런데 가부장적인 아빠라면 저도 다투지 않을까요? 동생 차기준처럼요.
Q: 피라미드 소품은 미술팀에서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큰 모형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김: 실제로 봤을 때는 'CG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처음에 봤을 때 너무 웃겨서 다들 '누가 만든 거야~'라고 계속 얘기하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Q: 시청자들의 평가는 보는 편인가요? 어린 왕자라는 애칭도 생겼더라고요.
김: 반응을 잘 보지는 않은데 '엘사공주' 대사를 할 때는 긴장하고 봤어요. 다행히 '화목해 보인다'고 예쁘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형, 누나들은 계속 저한테 '동희왕자님'이라고 놀려요. 적응을 못 하고 있어요. '제발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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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행어가 정말 많은 드라마잖아요. 많이 보셨나요?
김: 저도 유튜브에서 패러디 영상을 챙겨봤어요. 성대모사가 많더라고요. 차기준 성대모사까지는 봤는데 차서준은 없더라고요. 제 성대모사를 해주는 분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제 친구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를 많이 하더라고요. 재밌어요.
Q: 'SKY 캐슬'로 인지도가 확 올라갔을 것 같은데 실감하나요?
김: '에이틴'때는 학생들이 좋아해 줬다면 'SKY 캐슬'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해주는 걸 느끼고 있어요. 똑같은 교복을 입고 연기했는데 차이는 확 나더라고요. 얼마 전에 시장에서 장을 봤거든요. 야채를 사러 갔는데 아주머니께서 저를 알아보고 감자 서비스를 주셨어요.(웃음)
Q: 'SKY 캐슬'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요?
김: 앞으로 배우 생활을 계속할 텐데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곧 마지막 촬영인데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즐거웠고 좋은 추억이 많이 쌓였죠. 배우들도 그렇고 스태프들하고도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이준혁 PD (xellos9541@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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