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을 때가 있었어요. 스스로 이 일에 '재능이 없나', '좋아서만 되는 건 아닌가 봐' 하며 자책도 많이 했죠."
데뷔 초부터 불거진 연기력 논란은 배우 이연희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주저앉기보다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했고 결국 노력은 빛을 발했다. 이연희는 '더 패키지'의 윤소소를 만나 17년 동안 함께 한 꼬리표를 뗐다. 문자 그대로 '더 패키지'는 이연희를 찾아온 선물 꾸러미인 셈.
지난 1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극본 천성일, 연출 전창근)는 여행을 통해 한 팀이 된 가이드와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이연희는 프랑스 패키지 여행을 이끄는 가이드 윤소소 역을 맡아 한층 자연스러워진 연기로 호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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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에게 '더 패키지'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때는 지난해 50부작 MBC 드라마 '화정'을 끝내고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무렵이었다. 실제로 회사에 '1년 정도 쉬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냈을 정도. 그러던 그에게 '더 패키지'의 대본이 쥐어졌다.
본인을 둘러싼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연희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끈 힘은 드라마의 배경인 프랑스와의 특별한 인연. 스물 여섯살에 파리로 처음 떠난 패키지 여행의 추억 덕분에 한때 가이드라는 직업을 꿈꾸기도 했었다고.
"여행 이후 줄곧 꿈꿔온 가이드 역할이 가장 힘든 시기에 들어온거에요. 이건 정말 하늘의 계시다. 두려움에 연연하기보다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죠."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열정적인 사전 준비로 이어졌다. 그가 극 중에서 능숙하게 선보인 불어가 대표적. 이를 위해 이연희는 촬영 전 한 달 간은 불어를 달고 살았다.
"강의를 몇 번 듣고 프랑스 현지에서 써 봤는데 현지인들이 못 알아 듣더라고요.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불어 공부에 매진했어요. 여전히 제가 보기엔 어색한데 편집을 잘 해주셔서 잘 해 보인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의 평가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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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소를 위해 그가 들인 노력은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색이 짙은 '옹플뢰르', 조용한 '도비엘',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 마치 프랑스 현지에서 엊그제까지 가이드를 한 것 마냥 이연희는 종영 이후 만난 인터뷰에서도 각 명소에 대해 설명하며 즐거워했다. 실제로 촬영이 아닐 때도 배우에게 가이드를 자처했다.
"현장에 있는 동안은 정말 가이드라는 생각으로 배우들한테 제가 공부한 문화나 언어를 가르쳐 줬어요. 실제로 저를 가이드로 믿고 따랐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제스처나 말투를 연습했죠. 직접 해보니 (가이드가) 정말 어려워요. 기존에 썼던 방법이 통하지 않죠. 늘 새로운 사람과 상황에 마주하니까요."
가이드 역은 이연희에게 연기에도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터득한 비법에 집착하다보니 상대의 연기를 예측하고 원하는 대로 연기하지 않을 때 예민해 지기도 했다"고 설명하는 그다.
"상대는 바뀌는데 기억해서 연기하니 불편한 연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반면 가이드는 늘 어떤 손님이 올지 모른다는 입장으로 사람들을 대하잖아요. 이런 태도가 배우로서 연기하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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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넓어진 깊이도 한 몫 했다. 올해 서른을 맞이한 이연희는 "전에는 없던 여유와 유연함이 생긴 것 같다. 덕분에 내 것만 하기보다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그동안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못했어요. 현장에서 대본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죠. 이제는 선배님들한테 먼저 가요. 최근에 '미스코리아' 이후 다시 만난 정규수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많이 달라졌다고, 밝아졌다고.' 스스로를 가두던 부담에서 벗어났어요."
인터뷰 말미에 이연희는 "20대가 내 것을 가지고 있기 바쁜 나이라면, 30대는 내 것을 주고 다른 사람의 것도 받을 줄도 아는 시기라 하더라"며 "그 말이 참 공감되서 나이를 먹는게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꼬리표를 막 떼어낸 그에게 붙을 새로운 수식어가 기대되는 이유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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