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한국 대중문화를 굳건히 지탱해 오던 세 명의 거목이 연이어 영면에 들었다.
지난해 11월 25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이순재를 시작으로, 올해 1월 5일 향년 74세로 눈을 감은 안성기, 그리고 지난 29일 향년 87세로 영면한 최불암까지. 대한민국의 문화를 관통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이들 '국민배우' 세 사람이 나란히 하늘의 별이 되며, 대중문화계의 한 장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들 세 거장은 단순히 인기 스타를 넘어, 각 매체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시대의 자화상이었다.
'영원한 현역'이자 안방극장의 개척자,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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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안성기·최불암, 하늘의 별이 된 세 거장…한국 대중문화 한 시대가 저물다]()
배우 이순재 ⓒOSEN
가장 먼저 안식처로 떠난 고(故) 이순재는 연기라는 외길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았던 진정한 장인이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 인생의 닻을 올린 그는 1960년대 초창기 텔레비전 방송의 태동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개척자이기도 했다.
그의 캐릭터는 늘 시대와 함께 진화했다. '사랑이 뭐길래'의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부터 '허준'의 강직한 스승 유의태,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쾌한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변신을 거듭했다. 8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연극 '리어왕'의 무거운 왕관을 썼고, 2024년에도 드라마 '개소리'로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했다.
초대 연기자협회장을 지내며 동료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그는 금관문화훈장 추서받으며 찬란했던 70년 연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국 영화의 화신, 스크린을 수놓은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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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안성기·최불암, 하늘의 별이 된 세 거장…한국 대중문화 한 시대가 저물다]()
배우 안성기 ⓒOSEN
이순재가 안방극장과 연극 무대를 호령했다면, 고(故) 안성기는 대한민국 영화사 그 자체였다. 1957년 다섯 살의 나이에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래 무려 170여 편의 스크린을 장식했다. '만다라', '고래사냥', '투캅스', '실미도' 등 시대를 풍미한 숱한 명작들이 그의 얼굴을 거쳐 탄생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단 한 번의 구설수 없이 69년을 지내온 그는 영화계 후배들에게 가장 완벽한 롤모델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국 영화의 부흥을 위해 스크린쿼터 수호에 앞장서고 자신의 출연료를 자진 삭감하는가 하면, 30년 이상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선한 영향력을 사회 곳곳에 퍼뜨렸다. 2019년 발병한 혈액암 투병 중에도 복귀 의지를 다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삶의 막을 내렸다.
시청자와 함께 나이 들어간 국민 아버지,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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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안성기·최불암, 하늘의 별이 된 세 거장…한국 대중문화 한 시대가 저물다]()
배우 최불암 ⓒ연합뉴스
어제(29일) 대중의 곁을 떠난 고(故) 최불암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가장 밀접하게 나누었던 배우다. 1959년 연극 무대로 출발한 그는 범죄 수사물의 효시 격인 '수사반장'에서 18년 동안 인간미 넘치는 박 반장을 연기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어 '전원일기'에서는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엄격하면서도 정 많은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명실공히 '국민 아버지'로 자리 잡았다.
연기 무대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의 발걸음은 대중의 삶을 향했다.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로 14년간 전국을 누비며 향토 음식에 깃든 국민들의 사연을 특유의 온화한 화법으로 기록해 냈다. 허리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해 방송에서 하차하며 재활에 매진했으나, 안타깝게도 투병 끝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세 거장의 활동 영역과 캐릭터는 저마다 달랐으나, 이들은 우리에게 살아 숨 쉬는 역사이자 든든한 위로였다. 이들은 이제 무대 뒤로 퇴장했지만, 그들이 남긴 수많은 작품은 한국 대중문화의 뿌리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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