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소년들' 등을 통해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통찰해 온 정지영 감독이 제주 4.3사건을 다룬 새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내 이름은'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까맣게 잊힌 1949년 제주의 아픈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궤적을 쫓는 작품이다. 영화는 올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돼 뜨거운 극찬을 끌어낸 바 있다.
이날 정 감독은 "4.3 사건을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4.3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1980년대를 주요 무대로 설정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를 택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국가 폭력과 학교 폭력을 병치시킨 구조다. 정 감독은 "폭력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국가나 일반 사회나 다르지 않다"며 "공동체에 외부인이 들어와 질서를 잡으려 할 때 발생하는 갈등과 집단화된 폭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관객들이 국가 폭력의 끔찍함에 점진적으로 다가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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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염혜란이 소환한 제주 4.3의 비극, 정지영의 ‘내 이름은’(종합)]()
정지영 감독 ⓒOSEN
이번 작품의 중심에는 배우 염혜란이 있다. 정지영 감독은 전작 '소년들'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염혜란의 연기에 반해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그를 주인공으로 놓고 다시 썼을 만큼 강한 신뢰를 보였다.
염혜란은 "질곡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견뎌낸 강인한 어머니이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면모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인물 '정순'에 매료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극 중 정순이 줄곧 착용하는 선글라스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는 심리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해석했다"는 디테일한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접근이 조심스러웠지만, 증언집을 참고하며 그분들의 언어를 마음에 새겼다"며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78주기를 맞은 현재의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질문을 던지는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아들 '영옥' 역의 신우빈과 '민수' 역의 최준우, '경태' 역의 박지빈 등 젊은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신우빈은 "학창 시절 4.3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어 시나리오를 보고 직접 찾아보며 공부했다"며 "한 가정이 겪는 아픔으로 접근해 실제 부모님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빌런 '경태' 역을 맡은 박지빈은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감독님께 의지하며 우리 주변에 충분히 존재하는 인간 군상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말미, 정지영 감독은 "4월은 국가 폭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시기다. 어떠한 폭력이든 맞설 수 있는 것은 우정의 회복과 연대"라고 강조했다.
영화 '내 이름은'은 오는 15일 극장 개봉한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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