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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2026.02.05 오전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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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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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은 다시 한번 영리하게 관객을 배신한다. ‘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박박 긁어낸 듯한 회색빛 공기 아래, 첩보물의 고전적 문법을 수행하면서도 그 이면에 ‘인간의 품격’이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잘 짜인 액션극이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믿음을 지키려는 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경이로운 수확은 단연 박정민이다. 그가 연기한 박건은 보위성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속 하나의 부품처럼 기능하는 냉혈한이다. 그러나 약혼자 채선화(신세경 분)라는 변수 앞에서 그는 기꺼이 오작동을 선택한다. 박정민은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진폭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했다.

특히 그의 액션은 조인성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조인성의 액션이 ‘절도 있는 직구’라면, 박정민의 액션은 생존을 향한 비릿한 본능과 멜로적 애절함이 뒤섞인 ‘변칙적인 변화구’다. 채선화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지로 내던지는 그의 눈빛은 영화 전체의 온도를 순식간에 바꿔놓는다. ‘드라이’하게 흐르던 서사 위로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쏟아낸 ‘습한’ 감정의 얼룩은 이 영화를 단순한 첩보물 그 이상의 지점으로 격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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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조인성이 연기한 조과장은 이 비정한 바닥에서 유일하게 ‘약속’을 믿는 구시대적 인물이다. 첫 번째 휴민트를 잃은 상실감을 동력 삼아 사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짐짓 장엄하기까지 하다.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의 긴 팔과 다리를 활용한 액션을 통해 ‘타격의 미학’을 보여주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타격이 적을 쓰러뜨리는 기술을 넘어 자신의 과오를 씻어내려는 속죄의 몸짓처럼 읽힌다는 것이다.

조과장의 액션이 주는 쾌감은 그가 지닌 ‘품위’에서 기인한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는 그의 서사는, 냉혹한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광과 대비되며 묘한 서정성을 자아낸다.


영화는 지독하리만큼 드라이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서늘한 공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한 미장센은 인물들의 고립감을 극대화한다. 감정을 억지스럽게 쥐어짜는 대신, 인신매매 경매장 시퀀스 같은 장르적 하이라이트를 통해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폭발시키는 방식은 과연 류승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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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 포스터 ⓒNEW

멜로와 첩보 액션이라는 상이한 두 장르는 ‘신의’라는 하나의 교집합으로 수렴된다. 감독은 두 장르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배분하기보다, 액션의 물리적 충돌 속에 멜로적 함의를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영화는 장르적 관습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틀 안에서 생동하는 인물들의 역동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휴민트’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다.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액션의 잔상보다, 그 모든 소동극 끝에 남겨진 조인성과 박정민 그리고 신세경의 얼굴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영화 '휴민트'. 류승완 감독 연출. 배우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2026년 2월 11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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