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 가득한 다방에서 펼쳐지는 수다 한 판, 쿠팡플레이 예능 ‘자매다방’의 주인공 이수지와 정이랑이 손님들을 맞는다. 살랑살랑 대구 사투리와 ‘찐 이모’ 캐릭터로 무장한 두 사람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반전 매력을 끌어내며 새로운 토크쇼의 맛을 만들어냈다. 대세 개그우먼에서 믿고 보는 토크 메이커로 성장 중인 두 사람이 들려주는 ‘자매다방’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수지는 최근 시청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레트로 다방 콘셉트로 게스트분들을 모셔서, 그분들의 삶도 엿보고 작품도 함께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시청자분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무엇보다 저희 둘이 촬영을 너무 즐겁게 하고 있어서 그 시너지가 화면에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요즘 ‘자매다방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인 ‘다방’은 사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수지는 “제작 회의 초기 단계에서는 다방 콘셉트가 아니었어요. 처음엔 드라마·영화·뮤지컬 촬영 현장에 찾아가는 ‘카페차’ 콘셉트였는데, 회의를 거듭하면서 ‘우리 캐릭터를 살리면서 손님을 모시는 공간이라면 다방이 더 어울리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그렇게 지금의 다방 설정으로 바뀌게 됐습니다”라며, 수차례 제작 회의 끝에 지금의 톤과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프로그램의 색깔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정이랑은 “제가 아는 언니가 네일숍을 하는데, 손님들한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왜 이제 오셨어요~’ 하면서 살랑살랑한 대구 사투리를 쓰세요. 그 목소리와 말투가 너무 귀엽고 인상적이어서 지금 캐릭터에 잘 맞겠다 싶었죠. 언니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지금 수지랑 다방 콘셉트 할 것 같은데, 언니 말투랑 사투리를 좀 연구해도 될까?’ 했더니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대구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을 알려주셔서 녹음하고 메모해 가며 연구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수지 또한 “저는 막내 이모 말투를 그대로 가져왔어요”라며 “평소에도 이모 말투를 들으면서 ‘언젠가 꼭 캐릭터로 써야지’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이모가 ‘내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면서 반대하셨는데, 방송이 나간 뒤 주변에서 ‘정숙 씨 목소리 아니냐’는 전화를 엄청 받으셨대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굉장히 즐기고 계십니다. 현실 이모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캐릭터라고 보시면 돼요”라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답했다.
‘자매다방’의 큰 매력으로 꼽히는 건 두 사람의 티키타카다. 화면 밖에서 쌓인 시간과 정서가 방송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자매다방 촬영할 때 너무 편하고 행복했어요. ‘일이라는 게, 연기라는 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내려놓고 할 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자매다방을 하면서는 ‘수지가 정말 잘하는구나, 우리 호흡이 정말 잘 맞는구나’를 다시 느꼈어요. 촬영 중에도 순간순간 ‘지금 너무 재밌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정이랑)
“실제로 제가 언니고, 정이랑 선배님이 동생이에요. 현실 성향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화면에서는 티격태격했다가 사소한 일로 또 금세 풀리는, 진짜 자매 같은 케미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자매 있는 분들, 그리고 저희 엄마까지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는데,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 같아서 저도 보면서 시원하고 재미있었습니다.”(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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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애드리브 4스푼"…]()
이수지는 현장에서 느끼는 정이랑의 ‘받아주는 힘’을 강조했다. “굳이 ‘선배님, 이번에 이걸 이렇게 받아주세요’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애드리브로 딱 들어와서 상황을 정리해 주세요. 같이 쌓아온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말 안 해도 다 알아차리는 선배’라서 정말 편하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이랑은 이수지에게서 ‘여유를 갖고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지는 뭘 하든 즐겁고 편하게 해요. 저는 분석하고 캐내고 또 분석하는 스타일인데 수지를 보면서 ‘나도 조금 내려놓고, 즐기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수지처럼 마음을 좀 더 느슨하게 갖는 걸 배워보고 싶고, 정말 잘하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즉흥성이 중요한 토크쇼에서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도 궁금한 대목이다. 정이랑은 “질문 자체는 대본으로 정해져 있어요. 다만 그에 대한 답변은 게스트마다 다르고, 저희도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거든요. ‘집에서 뭐 하실까?’, ‘술은 잘 드실까?’, ‘주변에 누구랑 친할까?’ 같은 진짜 궁금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섞어서 물어봐요”라고 말했고, 이수지는 “비율로 따지면 대본이 한 6, 애드리브·즉흥이 4 정도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이수지는 “어떤 장면 하나만 꼽기보다는, 와주신 게스트분들이 ‘이 정도까지 내려놔도 되나?’ 싶을 만큼 편하게 즐기고 가시는 게 늘 인상적이에요. 회사에서 괜찮으실까 걱정될 정도로요. 그만큼 저희도 게스트분들을 편하게 대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수다 떨고 노는 분위기가 화면에 잘 담긴 것 같아요”라며 구체적인 장면보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먼저 떠올렸다.
정이랑은 “화면으로 볼 때는 굉장히 정적이고, 짓궂은 거 싫어할 것 같은 분들도 실제로 만나 보면 마음을 활짝 열고 오세요. 저희는 오히려 ‘너무 짓궂었나’ 하고 녹화 후에 죄송해할 때도 있는데, 게스트분들이 ‘너무 재밌었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더 해도 되는데?’ 하실 정도예요”라며, 시청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을 직접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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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애드리브 4스푼"…]()
토크쇼 진행자로서 도전에 대해 이수지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는 걸 조금 어려워해요. 저희 둘 다 약간 내향적인 편이라 먼저 다가가는 성향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카메라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 질끈 감고 덤빈 느낌이었죠”라며 의외로 ‘시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이랑은 “모니터를 해보니까 ‘너무 격양되면 안 되겠다, 조금 눌러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동엽 선배님처럼 흥분을 조금 눌러서 센스 있게 돌려 말하는 걸 더 공부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선배님 방송을 계속 모니터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열심히, 때로는 망가짐도 불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이랑은 “저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너무 치열하게만 하다 보니 오히려 ‘수지처럼 조금 내려놓고 즐기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대본을 정말 끝까지 파고들고 분석했는데 요즘은 ‘안 되면 말지, 좀 더 여유롭게 해보자’는 마음도 같이 가져보려고 합니다. 아직도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라며 자신의 성향을 되짚어 봤다.
이수지는 “저는 오히려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따로 해본 적은 없어요. 통지표에 늘 ‘성실합니다’가 적히는 타입이었고, 맡은 책임을 그냥 당연히 다 하는 편인 것 같아요”라며 열심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망하면 말지, 다음 캐릭터 또 만들면 되지’ 이런 스타일이어서, 즐기면서 하는 편입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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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애드리브 4스푼"…]()
‘자매다방’만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이내 본질을 또렷하게 짚어냈다.
“토크쇼의 매력은 결국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면모가 나타나고,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거든요. 자매다방은 그런 면에서 저에게도 공부가 많이 된 프로그램이에요. 저희는 한 쌍의 캐릭터로 게스트를 맞이하는데, 약간 바보 같고 허술한 모습을 깔고 들어가다 보니 게스트분들이 오히려 마음의 문을 쉽게 여시는 것 같더라고요. 기존 토크쇼처럼 딱딱하게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느낌보다, 같이 깨방정 떨고 호들갑도 떨면서 시작하다 보니 훨씬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정이랑)
“저희가 코미디언 출신이라 원래는 ‘내가 웃기고, 내가 빛나는’ 포지션을 많이 해왔잖아요. 그런데 자매다방에서는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게 훨씬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재미를 추구하되, 게스트분들이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 내려놓은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주실 수 있도록 옆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이 자매다방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이수지)
개그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배우’로서의 확장에 대한 욕구를 숨기지 않았다. ‘연기 변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이랑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없어서 못하죠. 저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어요. 연기라는 건 어떤 장르든 다 해보고 싶고, 연기할 때 정말 행복해요. 개그를 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웃기는 이미지’ 선입견이 있지만, 이제는 100세 시대니까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개그도 하고, 연기도 하고, 언젠가는 멜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초만 줘도 울 수 있고, 열정적인 연기도 자신 있습니다.”
이수지도 연기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평소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를 떠올리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집에서 예능은 잘 못 보겠고,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늘 동경해요. 언젠가는 지금처럼 짧은 호흡의 캐릭터뿐 아니라, 긴 호흡의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코미디를 한다는 것은 더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한 두 사람의 대답에서는 웃음을 만드는 직업의 무게,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웃음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라 요즘은 더더욱 많은 분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도록 정제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일상에서도, 창작할 때도 ‘불편함을 줄이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해요. 감정 기복이 큰 직업이다 보니 제 감정이 평온해야 오래 갈 수 있겠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이수지)
“저는 한동안 ‘해도 해도 안 되는 느낌’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혼자 걸어가는 기분이었죠.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더 고독했어요. 그런데 SNL을 통해 조금씩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웃어주고, 반응해주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언젠가는 누군가는 알아봐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정이랑)
[사진 제공 = 쿠팡플레이]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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