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유교걸'이에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낯선 단어들의 향연이라 뜻을 이해하지도 못했죠. 이건 19금이 아니라 '39금'이다 싶더라고요."
배우 이하늬가 영화 '윗집 사람들'을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구강 액션'에 도전했다. 오늘(1일) YTN star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하늬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특유의 시원한 보조개 미소를 지으며 '39금' 대사를 소화하기까지의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영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물이다. 이하늬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본능에 충실한 윗집 아내 '수경' 역을 맡아 우아한 얼굴로 거침없는 멘트를 쏟아낸다.
이하늬는 "배우로서 대사를 완벽히 소화해서 뱉어야 하는데, 단어조차 생소해서 조감독님이 조사해 온 자료를 통해 공부해야 했다"며 "직접 경험할 수도, 누구를 인터뷰하기도 애매한 부분이라 간접적으로 리서치하며 상상력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유교걸'이라 칭한 그가 이토록 파격적인 캐릭터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늬는 '수경'을 '변태적인 천사'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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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거절했다 다시 잡은]()
배우 이하늬 ⓒ바이포엠스튜디오
"하정우 감독님께 '수경과 김선생(하정우 분)은 천사 아닐까요? 변태적인 천사요'라고 의견을 냈어요. 아랫집 부부인 현수와 정아는 관계가 메마른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잖아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센 충격요법을 들고 내려온 존재들이라고 생각했죠.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접근하니 그 센 대사들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는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수위 높은 대사들을 '따뜻한 권위'로 포장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이하늬는 "오은영 박사님을 대놓고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드러내는 권위가 아닌 따뜻하게 안아주는 톤을 잡으려 했다"며 "제정신이 아닌 멘트를 제정신인 눈빛과 딕션으로, 신뢰감 있게 전달했을 때 오는 아이러니한 재미를 살리고 싶었다"고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이하늬는 당초 이 작품을 고사했었다는 일화도 밝혔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과 '열혈사제2', '애마' 등 쉴 틈 없는 스케줄과 육아 문제로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 그는 "공효진 언니가 먼저 제안을 줬는데,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필요해서 2주만 미뤄달라고 했다가 하정우 선배님께 거절당했다. 보통은 기다려 줄 법도 한데 얄짤없더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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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거절했다 다시 잡은]()
배우 이하늬 ⓒ바이포엠스튜디오
하지만 결국 다시 러브콜을 보낸 건 이하늬 쪽이었다. 그는 "거절하고 나서도 시나리오가 계속 눈에 밟혔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미련을 못 버리고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류한 '윗집 사람들'은 남편에게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하늬는 "남편과 원작을 같이 봤는데 서로 대놓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시사회를 보고 나서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아한 딕션으로 39금 멘트를 날리는 이하늬의 파격 변신은 오는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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