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세상에 재판만큼이나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일이 또 어디 있겠냐 싶지만, 글쎄요. 오늘 이야기 나눌 이 재판만큼은, 과연 이긴 쪽을 두고, 정말 승자라 말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뉴진스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어도어는 한 달 뒤, 뉴진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1심 결과가 나왔죠. 결과는? 뉴진스의 전면 패소였습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다보면, 간혹 ‘여론재판’이란 말이 등장하곤 합니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만, 때때로 여론의 흐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긴 하죠. 하지만 이번 재판만큼은 달랐습니다. 대중의 감정이 아닌 오직 계약서와 증거, 그러니까 오직 법적 판단만으로 결론이 내려진 재판이었단 겁니다. 뉴진스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는데요. 과연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뭐가 관건일까요.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뉴진스는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걸까요.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돌파구도 있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지현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박지현입니다.
◇ 이원화 : 법적 쟁점이나 결과를 다 떠나서, 안타깝다, 이 방법밖엔 없었을까, 생각이 강하게 드는,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실력과 매력을 겸비하고 남들보다 빠른 사회생활을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린 친구들 일이어서 더 눈길이 가고 안타까웠던 사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평생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뉴진스의 존재만 알았음에도 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계속 팔로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뉴진스뿐만 아니라 이 싸움 전반적으로 승리한 사람이 있긴 한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 이원화 :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의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언제였냐, 떠올려보면,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민희진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방시혁 의장과의 갈등을 공개하면서부터였죠. 당시 여파가 상당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간단히” 정리를 해주시죠.
◆ 박지현 : 민희진 전 대표가 처음 기자회견을 열어 방시혁 의장과의 갈등을 공개한 것은 2024. 4. 25.이었는데요. 당시 민희진 전 대표가 주장한 내용의 요지는 어도어의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어도어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어도어의 아이디어를 모방했고, 민희진 전 대표가 회사를 장악하려고 한다고 모함하여 해임하려 한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언론에서 내가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나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한 것도 큰 관심을 일으켰지만, “뉴진스는 나의 인생이자 작품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 이 싸움을 시작한다.”, “나는 뉴진스를 지키려는 사람이지, 하이브를 배신한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인기몰이를 하던 뉴진스의 이야기에 대기업의 횡포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더해져 대중적인 논란이 촉발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나서 몇 달이 지나고, 뉴진스가 어도어를 떠나겠다, 긴급 기자회견을 했었잖아요. 그때 뉴진스가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내세웠던 논리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였거든요. 뉴진스가 문제삼은 ‘의무’는 어떤 부분이었죠?
◆ 박지현 : 뉴진스가 문제 삼은 어도어의 의무는 주로 매니지먼트 의무와 신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뉴진스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사이 갈등이 격화되면서 그룹 활동이 위축되고 미디어 노출이나 컴백 일정 등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등의 상황이 초래된 것을 근거로 어도어가 소속 연예인의 보호 및 활동 지원와 같은 매니지먼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 갈등이 어도어의 경영 운영에 공백을 만들고 조직에도 혼란을 발생시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뉴진스가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뉴진스를 상대방으로 하여 어도어와 뉴진스의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뉴진스과 어도어와의 전속계약과 별개로 독자적인 활동을 시도하자, 어도어는 지난 3월 판결이 나기 전까지 뉴진스의 독자 활동이나 제3자와의 전속계약, 매니지먼트 계약 등을 금지하도록 하는, 전속계약을 보전하도록 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 이원화 : 가처분 신청 이야길 해주셨는데 일단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데, 뉴진스 주장대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냐, 아니냐, 이걸 따져보는 게 본안소송인거고, Q3. 가처분 신청을 이와 별개인 거죠?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의 전속계약 유뮤효에 관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뉴진스가 독자인 활동을 지속하거나 다른 소속사나 광고주 등 제3자와 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어도어가 제기한 소송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그런 가처분 소송을 진행한 것입니다. 법원은 뉴진스가 어도어의 사전 승인 또는 동의 없이 스스로 또는 어도어 외 제3자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활동과 그에 부수하는 활동, 광고와 같이 뉴진스의 대중적 지위나 인기에 기반한 상업적 활동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어도어의 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어도어 소속 아이돌로 수는 없다며 2025. 3. 21. 이의신청을 진행했지만 2025. 4. 16. 기각되었고, 그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에 대해 제기한 즉시항고 역시 2025. 6. 17. 기각됐습니다. 이에 더하여, 법원은 2025. 5. 29. 어도어의 추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여, 뉴진스가 가처분 결정을 위반하는 행위 1회당 10억 원의 간접강제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무슨 일을 하든, 예를 들면 뉴진스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개인이 따로 광고를 찍는다거나 활동을 하는 것도 안 되는 겁니까?
◆ 박지현 : 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개인의 활동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내린 가처분 결정은 뉴진스 전체를 칭하지 않고, 뉴진스 멤버 한명 한명을 ‘채무자’라고 지칭하면서 연예활동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약 뉴진스 멤버들이 모두 하나의 그룹으로 가처분 결정을 위반하여 연예활동을 한 번 하게 되면, 멤버 5명 각각이 10억 원씩, 총 50억 원을 어도어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 이원화 : 혹시 돈을 안 받는 행사라면 어떻습니까? 지인 유튜브에 출연한다든지, 아니면 본인들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온다, 이런 것도 다 제재 대상인가요?
◆ 박지현 : 상업적인 이익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이나, 어도어와의 전속계약과 무관한, 또는 개인적인 권리 행사를 위한 활동에 관한 활동에 관한 의견은 조금 논란이 있습니다만, 법조계에서는 그런 활동에 대해서는 해석이 모호해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주된 입장입니다. 연예활동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권리 행사가 주된 내용이거나 상업적 이익과 무관한 연예활동이, 전속계약의 보전에 영향이 있느냐.. 는 또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보이는 거죠.
◇ 이원화 : 아무튼 최근 전속계약 분쟁 관련 1심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뉴진스 측의 전면 패소,입니다. 법원이 어떤 이유로, 뉴진스의 계약해지 통보를 인정하지 않은 건지 핵심 쟁점부터 짚어주시죠.
◆ 박지현 : 우선, 재판부는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는 사정만으로 어도어의 매니지먼트 업무에 공백이 발생했다거나 그 업무 수행 능력이 없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의 계약에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인 것을 보장하는 것을 중대한 부분으로 인정하기도 어렵고, 해임되더라도 여전히 프로듀서로 참여할 수 있었고,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뉴진스를 위해 계속 일할 것을 거듭 요청했음에도 스스로 사임했으므로 민희진 전 대표가 해임된 것은 뉴진스의 주장에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외 뉴진스가 의무 위반의 근거로 주장한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각 사안 발생 당시 필요 충분한 조치를 다하였거나 전속계약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하여 행위하였다고 증명하기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도어의 조치 중 일부에 대하여 다소 미흡함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뉴진스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의무 위반을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하였다는 등의 사정 또한 확인되지 않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정산의무와 같은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 대부분을 이행했다고 판단하면서, 뉴진스의 계약해지 통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이원화 : 이번 판결을 두고 “감정이 아닌 법의 논리를 절감한 재판이었다” 이런 평가도 많던데요.
◆ 박지현 : “뉴 버리고 새판 짜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 등이 거론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이브의 아이돌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컨셉이나 음악을 표절했다는 주장이나, 그 ‘아일릿’ 전 매니저가 뉴진스를 보고 “무시해.”라고 말했다거나, 내부에서 ‘뉴진스 버리고 새판 짜면 된다’라는 취지의 리포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 평가의 근간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무시해”라는 아일릿 전 매니저의 발언의 직접적 증거는커녕 간접적 증거도 없어 그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아일릿의 컨셉이 뉴진스의 컨셉과 유사한 부분은 있으나 표절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표절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며, 리포트 내 “뉴 버리고 새판”이라는 문구도 전반적인 취지를 고려하면 실제로 ‘뉴진스를 버리고 새판을 짜야한다’라는 취지를 담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점을 종합하면 어도어가 뉴진스의 신뢰를 파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재판부는 뉴진스의 주장이 그 자체로 인정하기 어렵거나 그 주장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의 판단이 법감정과 온전히 부합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법원의 판단 또한 법리적인 이유가 분명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뉴진스의 경우는 조금 더 분명해 보입니다. 감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뉴진스와 어도어는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입니다. 즉,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서’의 내용과 그 해석, 계약 당사자의 의무 이행 여부가 중점이 되는데, 법리적으로 봤을 때 어도어가 계약 당사자로서의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안타까운 사유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그에 따른 결과를 바꾸려면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이원화 : 보통 민사 재판의 경우 판결내용만 간단히 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재판부가 40분 가량 판결 요지를 항목별로 낭독했다, 이 부분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런 경우는 뭘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저 또한 민사 재판에서 10분 이상 판결 내용을 낭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40분 가량 판결 요지를 항목별로 낭독한 것은, 법원이 어도어뿐만 아니라 뉴진스, 민희진 전 대표 모두에게 전속계약의 상대는 ‘어도어’라는 법인임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계약의 의의는 감정적 신뢰가 아니라 법적 구속력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 이원화 : 일각에선 법은 법이지만, 이 정도면 뉴진스가 돌아온다고 해도 정상적 활동이 가능하겠냐, 이렇게까지 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있냐, 이런 반응도 나오거든요. 법에서 말하는 ‘함께 일할 수 없을 정도의 사정’ 이란 건 어떤 것들을 말하는 건가요?
◆ 박지현 : 법률에 규정된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사정 외의 특별한 사정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되었던 사정이 계약 후 발생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변경되어 당사자 일방의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을 의미하고,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고, 그 외의 사정이 계약 후 변경되어 일방 당사자가 계약 당시 의도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 경우에도 정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어서,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이원화 : 뉴진스는 항소의사 밝혔는데, 결과 나올 때까지 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겠죠? 어떻게 예상하세요?
◆ 박지현 : 민사소송이면서 동시에 어도어와 뉴진스 외에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3자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한 번 더 다퉈질 항소심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뉴진스가 새로운 사실, 그러니까 재판부에서 법리적으로 의미있는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는 빠르게 마무리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이원화 : 뉴진스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 보십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은 하다고 보세요?
◆ 박지현 :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앞서 1심 판결에서 판단한 부분을 뒤집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간 해온 것처럼 감정적인 요소에 치중하는 것보다, 기존 주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입증 자료를 제출하거나, 어도어가 실제로 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를 한 번 더 검토하여 주장과 입증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 뉴진스의 행보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주장이나 입증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