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각본을 맡아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감독이 이번엔 연출자로서 도전에 나섰다.
오늘(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한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 감독의 첫 연출작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는 지난 19일 전편이 공개됐다. 이 작품은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 분)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다.
윤현수, 이정식, 최우성, 홍화연, 이봉준, 김지우 등 신예 배우들이 출연해 극단으로 치닫는 10대들의 선거전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러닝메이트’는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쥔 한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첫 연출작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반응을 묻자, 한 감독은 “봉 감독님은 당연히 좋은 말씀만 해주신다. 그중에서도 배우들의 앙상블을 만드는 데 고생했다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한 감독은 봉 감독과 5년간 함께 작업한 경험을 언급하며 “감독님은 단 하루, 단 한 신만 촬영하는 배우들의 이름까지 다 외우고 ‘배우님’, ‘누구 씨’라고 불러주셨다. 그런 태도가 직접적인 소통에 큰 영향을 주더라”며 “그래서 저도 꼭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이렇게 많은 배우가 제 작품에 출연할 줄은 몰랐다”며 “'러닝메이트'에는 80명이 넘는 배우가 출연했는데, 전 출연진의 본명과 캐릭터 이름까지 다 외웠다. 이름과 얼굴을 외우기 위해 표를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의 성실함에 대해서도 깊은 존경을 표했다. 한 감독은 “제가 아는 모든 사람 중 가장 성실하신 분이다. 맡은 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며 “감독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은 ‘성실함’이었다. 작은 역할의 배우부터 모든 스태프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그 세심함까지 포함해서 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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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명성이 데뷔작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그는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제 제 작품이 적나라하게 다 공개됐으니, 모든 게 리셋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러닝메이트’를 처음부터 한 감독이 연출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연출을 하기로 계약한 건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겨 대표님께 제가 연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납품용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연출자적인 형식이 들어간 시나리오였다. 카메라 워킹에 대한 지시도 표시해뒀다. 그래서 애정과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러닝메이트’는 폭력, 왕따 등 기존 학원물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한 감독은 “내레이션에서 ‘학교는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두 사람 이상만 모여도 권력이 생기지 않나.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고, 거기에 따르는 사람이 있다. 이걸 학교를 통해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 조사를 해보니 어떤 친구들은 선거운동을 무브먼트가 아니라 스포츠처럼 하더라. 우리도 선거운동을 그릴 때 스포츠 드라마 같은 모습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봉 감독님의 ‘괴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봉 감독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괴물’인데, 세계관도 독특하고 캐릭터의 천국이다. 앙상블 연기를 좋아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러닝메이트’는 지난 19일 티빙을 통해 8부작 전편이 공개됐다.
YTN star 공영주 (gj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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