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를 가져와, 세련된 액션 디자인과 여운을 짙게 남기는 스토리 전개로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완성했다. 배우 이혜영이 60대 여성 킬러 역을 맡아 결점 없는 연기력으로 촘촘히 쌓아 올린 영화 '파과'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로, 구병모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등이 출연했다.
소설이 '조각'이라는 주인공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데 집중했다면, 영화는 액션 누아르 영화라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했다. 나이가 들었지만 연륜이 더해져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조각'과, 그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젊은 킬러 '투우'의 대립을 통해 역동적인 무드로 영화를 완성해냈다.
영화는 '조각'의 과거 서사를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젊은 날의 조각은 우연히 킬러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는 '신성방역'에서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온 '벌레'를 '방역'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젊은 날을 다 보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신념으로 같은 임무를 맡고 있지만, 몸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고 그를 보는 시선도 변화한다.
신체적으로 조금씩 예전과는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와중에, '조각'은 버려진 개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수의사 '강선생'을 만나게 된다. 구출한 개를 집에 데려오고,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강선생과 계속 엮이게 되면서 '조각'은 심경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원래 룰 대로라면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강선생'을 제거해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강선생 장모의 과일가게에서 복숭아를 사며 '파과'를 덤으로 얻게 되는데, 짓물렀지만 맛은 더 좋다는 말에 문득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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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조각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 킬러 '투우'의 등장에 도전을 받게 된다. 투우는 조각이 레전드 킬러로 불려왔기에 만나고 싶었다며 접근하는데, 알고 보니 조각이 연민을 느끼는 대상인 강선생의 방역을 몰래 사주하는 등 좀처럼 그 의도가 읽히지 않는 심리전을 끊임없이 유도하며 혼란을 야기한다.
결국 투우가 강선생의 딸을 납치하자, 그 목적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조각은 홀로 투우를 상대하러 간다. 요새를 연상케 하는 한 폐건물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투우와 1 대1 대결을 펼치는 신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조각은 머리에 꽂은 비녀를 빼 급소를 찌르고, 총을 쏴 여러 명을 한 번에 제압하며 킬러로서 오랜 내공을 발휘한다.
1962년생으로 올해 실제 나이가 62살인 배우 이혜영은 젊은 배우도 소화하기 어려운 액션신을 능수능란하게, 또 다채롭게 선보였다. 갈등과 연민 등 다양한 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얼굴도 입체적이다. 액션은 단순히 빠르고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물의 처절한 감정선이 담겨 감성적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가 스크린에서 명확하게 증명된다.
'조각'에 대적하는 젊은 킬러 '투우' 역의 김성철의 기세도 놀랍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그 자체, 위험하면서 기묘하고 거친 젊은 킬러 역으로서 대체불가하다는 느낌을 줄만큼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줬다. 조각의 카리스마에 제압되지 않는 젊은 혈기를 쏟아내며 비등한 에너지로 극을 이끈다.
조각과 투우의 과거 서사는 공개되지만, 마지막까지 이들이 서로에게 느낀 감정선은 하나의 단어로 요약되지 않는다. 이 복잡 미묘하고 정의되지 않는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두 킬러의 최후의 대결 후 서로 자신의 생각을 읊어내는 신은 다소 늘어지고 필요 이상으로 길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영화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감독 민규동. 출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그리고 김무열, 신시아.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출처 = NEW/수필름]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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