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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대환장 기안장'의 역발상, 대리만족 아닌 '대리불편'의 묘미

2025.04.1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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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대환장 기안장'의 역발상, 대리만족 아닌 '대리불편'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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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기괴하지만 중독적인, 배꼽 냄새 같은 예능.”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대환장 기안장’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숙박객의 말이다.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적 사고’로 흘러가는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 진,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다. 힐링 민박 예능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효리네 민박’ 정효민 PD와 윤신혜 작가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와 만나, 낭만과 환장 사이 어딘가에서 꿈틀대는 색다른 예능을 탄생시켰다.

방탄소년단 진의 출연 사실을 몰랐던 기안84와 지예은이 배 위에서 처음 만나 깜짝 놀라는 모습, 태풍으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별관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 상황, 폐가로 오해받을 법한 기안장 별관에서의 좌충우돌 손님 맞이, 울릉도 바다 위에 지어진 기안장 본관으로의 이동, 지예은 선장의 보트 픽업 서비스, 괴랄한 비주얼에 모든 생활이 고행이 되는 기안장, 이를 마주한 직원들과 손님들의 반응까지. 이 모든 것이 불과 3회 만에 쏟아져 나와 시청 시간을 순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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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대환장 기안장'의 역발상, 대리만족 아닌 '대리불편'의 묘미

제작진은 기안84의 캐릭터를 아주 알차게 활용했다.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그의 상상력이 응집된 기상천외한 기안장 본관은 그가 지닌 ‘찐 광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울릉도니까 바다 위에 지어야 한다는 기안84다운 발상은 실제 주소지조차 없는, 망망대해 위의 민박집으로 현실화됐다. 3.8M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출입문은 시작에 불과하다. ‘봉’을 타야만 갈 수 있는 부엌, 바다로 직행하는 슬라이드, 안전벨트 필수인 공중 야외 침상, 동그란 창문으로 얼굴만 내놓을 수 있는 티타임 방까지,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한다.

별관도 만만치 않다. ‘울릉도 트위스트’급의 모노레일을 타고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나오는 별관은 얼핏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다. 옛날식 아궁이가 있는 부엌과 군대 내부반 스타일 침상이 원룸 구조로 이어진다. 외부에는 뜬금없는 워터 슬라이드가 설치돼 있고, 기안84는 “여기서 물놀이도 할 수 있고 빨래도 하고, 양치와 세수도 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진이 “샴푸랑 양치를 같은 물로 하냐”고 묻자, 기안84는 “기안장에선 가능하다”고 태연하게 답한다. 산책로와 산속 헬스장(일명 ‘산스장’)까지, 말만 들으면 5성급 못지않다.

물론 모든 설계에는 이유가 있다. ‘봉’으로 이동하는 구조는 ‘거침 없이 하이킥’에 대한 오마주이며, 야외 침상은 울릉도의 별을 보며 잠들기 위한 특급 서비스다. 티타임 방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얼굴을 마주 보자는 취지로 설계됐다. 물론 상상과 실제는 달랐다. 야외 침상은 비가 오면 꼼짝없이 맞아야 하고, 티타임 방은 뭔가를 하려면 무조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였다. 굴뚝이 없는 부엌에서 불을 지피자 연기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다. 방이 따로 없었기에 손님들은 요리를 하는 동안 연기를 피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반전은 기안84는 설계할 때 이런 문제를 예상했지만, “모기 제거 효과가 있다”며 개의치 않았다는 점. 이 같은 설계로 제일 고생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그땐 모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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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대환장 기안장'의 역발상, 대리만족 아닌 '대리불편'의 묘미

여기에 기안84를 보필하며 기안장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진과 지예은이 이색적인 케미를 보여준다. 진은 원칙주의적이고 섬세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멤버들에게 직접 디자인한 잠옷을 선물하고, 직원만 알아볼 수 있도록 슬리퍼를 구분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손님들에게 “부업으로 가수를 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선 그의 재치와 몰입도가 돋보였다. 기안84의 엉뚱한 운영 방침에 황당해하면서도 이를 따르려 애쓰는 태도, 손님 맞이에 사명감을 갖는 모습은 ‘월드 클래스’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지예은은 원칙주의자 진과 대비되는, 자유롭고 실리를 추구하는 캐릭터다. 두 사람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시청 포인트 중 하나다. 기안84와 진이 가마솥을 고집하는 사이, 후라이팬으로 빠르고 맛있게 삼겹살을 구워 손님들을 대접하며 결국 진에게 “예은이 옳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요트 면허를 취득해 손님 픽업을 맡고, 콩물 제조기를 이용해 건강식 아침을 챙기는 등 그녀의 철저한 준비성과 ‘MZ 감성’ 리액션은 프로그램의 활력을 책임졌다.

처음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기안84와는 반대로,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랬다면 ‘기안장’만의 대환장 매력이 오히려 희석됐을 것이다. 첫날 저녁 식사 준비 중 아궁이 앞에서 난관에 부딪힌 지예은이 “첫날만 물회를 사 와서 먹자”고 제안하자, 진은 “타협하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두 사람은 천사와 악마처럼 기안84를 두고 설전을 벌이며 웃음을 자아냈고, 갈등하던 기안84은 결국 직접 요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기안84가 키를 잡은 '기안호'는 아슬아슬하지만 어찌 됐든 좌초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미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익숙한 기안84에게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란 의문도 있었지만, 민박집 주인장으로 변신한 그는 또 달랐다. 이번엔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해놓고, 그 불편함의 진원지가 되는 기안84. 손님들은 고행을 감내하며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강제로 체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막걸리 잔을 손님에게 건네고 자신은 식판으로 술을 마시고, 잠옷 차림으로 모노레일을 타고 마중 나갔다가 돌아와 잠드는, 대충과 책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도 어찌저찌 손님을 케어하는 그의 모습은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대환장 기안장’의 이소민 PD는 “기존 숙박 리얼리티는 시청자가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기안장’은 나는 가고 싶지는 않지만 남이 간 건 보고 싶다는 감정을 유도하는 게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효리네 민박'이나 '윤스테이' 같이 '일잘알' 출연진의 속이 편해지는 서비스를 원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피하는 게 좋겠다. "내 집처럼 지내"라는 기안84는 반대로 자신도 손님들은 집에 놀러온 지인처럼 편하게 대한다. 먹고, 자고, 씻는 것 하나 편하지 않은 이 숙소는 제목 그대로 ‘대환장’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출연진들의 태도가 불성실하다거나, 혹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손님들은 산속 별관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바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가는 길목의 전등 불빛,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놓치지 않고 즐긴다. 체크아웃을 아쉬워하고 다음 날 일출 계획을 세우며 기안장에서의 시간을 곱씹는다. 별자리를 바라보며 “사장님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예상 못한 힐링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

힐링과 킬링 사이, 묘한 매력이 통했는지 ‘대환장 기안장’은 공개 이틀 만인 지난 10일 한국 넷플릭스 톱10 시리즈 2위에 올랐다. 싱가포르, 브라질, 홍콩, 일본 등 18개국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해외에서도 선전 중이다. 앞으로 공개될 6회가 이 성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두 번째 기안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힐링 대신 대환장의 길에 발을 담근 제작진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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