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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2025.02.2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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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봉준호 감독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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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와 오스카를 석권한 영화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미키17'. 영화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미국 출신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가 집필한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하는 이번 작품에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포함해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과 마크 러팔로 등이 참여했다.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영화는 런던 프리미어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된 이후 해외 평단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YTN star는 '미키17'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서 봉준호 감독과 인터뷰를 갖고 작품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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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봉준호 감독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Q. '기생충'의 놀라운 성취 이후 수많은 제안이 쏟아졌을 텐데, '미키17'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 : '기생충' 개봉 전 이미 두 가지 프로젝트를 작업하고 있었다. 하나는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 구상과 디자인 등 초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룬 실사 영화였다.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하며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사건과 관련된 분의 부모님도 만났었다. 그런데 영화를 기획하다니 제 스스로 몇 가지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했고, 모순점을 느끼며 스스로 작품을 접게 됐다. 꽤나 오랜 시간 준비했던 작품이라 허무한 마음이 들었던 그때 마침 '옥자'를 함께 했던 제작사 Plan B로부터 출간되지 않은 소설 한 권을 받게 됐다. 정확히는 14페이지로 요약된 버전의 소설이었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돼 또다시 죽는 것이 직업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콘셉트라 매혹됐다.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괴물'·'옥자'·'설국열차'를 통해 SF 장르에 대한 애정도 있었기에 덥석 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영화의 시나리오는 2021년 완성됐고, 2022년 런던에서 촬영을 끝마쳤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봉준호 감독이 시나리오 완성 시기와 영화의 크랭크업 시기를 강조한 것은 최근 영화 속 캐릭터인 케네스 마샬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독재자이자 외계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작품 속 여러 모습과 그가 겪는 일련의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를 떠오르게 한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와 방송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미키17' 속 캐릭터는 특정 인물을 표현했다기보다는 우리 역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적 악몽과 독재자의 모습을 녹여서 보편적인 형태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Q. 한국에서 이렇게 SF장르 영화를 많이 찍는 감독은 유일무이할 것 같다. SF장르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봉준호 감독 : 어릴 때부터 SF장르를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그저 환상적이고,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좋아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우주건, 미래건, 외계건, 디스토피아건 현재 우리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반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SF장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미키17' 역시 2054년 근미래를 묘사하고 멀리 우주로 간다. 하지만 우주에 나가고 미래로 가봤자 여전히 인간들은 자질하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주선도 나오고, 외계 생물도 나오지만 그 안의 인간 군상은 지질하고 멍청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反(반) SF적인 이유 때문에 모순적으로 SF장르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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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미키17'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Q.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보다 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거대 자본으로 영화를 작업한 소감과 더불어 흥행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 : 영화의 제작비에 대해 다양한 기사가 나왔는데, 정확히 '미키17'의 순 제작비는 공식적으로 1억 1,800만 달러, 최근 환율로는 1,700억 원이다. 처음 워너브라더스에서 설정했던 목표치가 1억 2,000만 달러인데 저는 스토리보드 그대로 촬영하며 재촬영 없이 기한 내에 순조롭게 찍어서 200만 달러를 아꼈다.(웃음)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디렉터스 파이널 컷'(감독의 의도를 100% 담은 감독판)으로 계약이 됐다. 때문에 저는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일체의 타협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크건 작건 평소 해왔던 작업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과 어울려서 현장에서 촬영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등 작업의 프로세스는 변함이 없었다.

제가 자꾸 이상한 걸 찍는다고 업계에 알려져서 아마 제작사 쪽에서도 좋은 의미로 자포자기한 심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흥행에 대한 부담은 늘 있다. 이 역시 작품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있다. 지금도 불안·초조한 상태이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신나기도 하지만 걱정되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이다. 마치 미키가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듯 저 역시 '설국열차'가 '봉5', '옥자'가 '봉6', '기생충'이 '봉7'이었다. 매 작품 온몸이 갈려 나갈 것처럼 찍는다. 오늘의 저는 '봉8'인 것 같다.

Q. 계급론이나 식민주의에 대한 풍자부터 사회적 불평등과 사랑 대한 이야기까지, 굉장히 많은 주제와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관객에 따라서 보는 재미가 달라질 것 같다. 감독님이 조금 더 마음을 기울였던 주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 :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저의 목표는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극장 안에서 유튜브를 보고 계신 분을 본 적도 있는다. 만약 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유튜브를 보고 계신다면 마음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을 것 같다.

저는 2시간 남짓 한 시간 동안 관객이 눈앞에 놓은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정신없이 끌려갔으면 좋겠다. 메시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고, 재미와 아름다움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영화를 모두 보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누웠을 때, 어떤 대사나 장면들이 뒤늦게 떠오르며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어떤 뉴스와 연결되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랑비처럼 젖어 드는 느낌이 있을 때 그것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나 주제를 포크로 찍어 코앞에 놓고 '먹어'라고 하는 것은 싫다. 이번 '미키17' 역시 SF의 장르적 흥분을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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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미키17'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Q. '미키'라는 캐릭터 자체도 인간 출력물이고, 영화 속에는 비인간적인 구조가 조명된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인간의 정체성과 노동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영화와 현실이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 : 되게 슬픈 일이지만 몇 년 사이, 유난히 짧은 텀으로 여러 사건이 일어났다. 화력발전소, 스크린도어, 제빵공장 등에서 많은 청년이 사망했다. 너무나 슬픈 일이고 이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마도 그들의 빈자리에는 또 다른 분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다. 제도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법률이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슬프게도 누군가 퇴장한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온다.

영화 속에는 '미키'라는 청년이 그 일을 혼자 하고 있다. 죽어도 다시 프린트되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취급도 안 되고 보험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판타지적인 이야기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그 일자리와 시스템은 유지되고 인간만 교체된다. 김 군 뒤에 박 군이 있고, 박 군 뒤에 윤 양이 있는 것이다. 굉장히 잔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SF장르이지만 이렇게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더욱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가 겪는 어려움과 고충. 이들이 처한 가혹한 상황은 영화와 분명 맞닿아있다.

Q. 감독님은 영화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착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많다. 많은 이들이 감독님의 미담을 이야기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또한 인류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깊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러한 '선함'과 '통찰력'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봉준호 감독 : 선하지 않다. 통찰력이 있지도 않다. 사회학을 전공했기에 해외의 영화제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하실 때가 있다. 그러나 저는 사회과학 책이나 철학 책 등을 흡수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대한 사회적 담론이나 소화하지 못하고 늘 이상한 디테일, 구석진 코너에 있는 것, 자잘한 것들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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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봉준호 감독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다만 그러한 것들에서 시작해 파고 들어가면 동굴이 점점 넓어지는 경향은 있다. '괴물' 역시 한강의 허름한 매점에서 졸고 있는 한 남성에서 출발했다. 하필 운이 없게 딸이 괴물에게 납치되고, 국가나 시스템은 이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한다.

'미키17' 역시 원작은 영화보다 훨씬 크고 깊은 철학적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저의 시작은 미키였다. '죽은 내가 다시 출력되고 있는 내 몸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친구들은 나를 반겨줄까?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럽고 무서운데 다시 출력돼 죽어야만 하는 임무에 계속 투입되는 심정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에서 출발해 영화를 점점 넓혀갔다.

영화에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미키가 천시 받고 경멸의 대상이 된다.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이유로 죄책감 없이 계속해서 그를 죽게 한다. 반대로 외계 행성의 원주민인 크리퍼들은 이러한 인간들과 정확하게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거대 담론씩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이야기는 이렇게 한 인물에서 출발해 확장했다.

Q. '미키17'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간 감독님 작품에서 없었던 로맨스도 그려지며 사랑의 힘이 크게 그려진다.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던 것일까?

봉준호 감독 : 지금이라도 해야지 싶었다.(웃음) 제가 '마더'를 작업했던 당시가 만으로 39세였는데, 그때 '와, 이런 이야기는 더 원숙한 삶의 성찰 속에서 62세 때 찍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불안해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김혜자 선생님이 '그렇게 되면 마더가 아니라 그랜드마더가 된다며 빨리 촬영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서 미키와 나샤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기둥이자 척추이다. 나샤가 미키를 끝까지 지켜주고, 그가 극한의 상황에 있을 때마다 지켜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미키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 몸이 부서지고 수많은 경멸과 수난을 겪는다. 그런데 끝까지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나샤 때문이다. 미키라는 청년이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나샤 덕분이다.

제가 멜로 장르를 일부분 도입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이번 영화가 지닌 서사의 핵심적인 요소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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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이 밝힌 '미키17'의 A to Z
'미키17'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Q.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미키가 마지막에 생생한 악몽을 꾸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이는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봉준호 감독 : 영화가 끝나도 악몽의 잔상이 꽤 남는다. 실제로 굉장히 공들여서 찍은 장면이다. 무섭기도 하고 퇴장했던 인물이 갑자기 나온 이후, 더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는 사실 해피엔딩이긴 한데 밝은 햇살 아래 있는 미키 못지않게 악몽의 잔상도 남길 바랬다. 실제로 언제든지 그런 악몽의 상황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거고, 여전히 악몽의 잔상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천만다행인 것은 미키가 무서워하지 않고 악몽에서 깨어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미키17은 희생한 18을 떠올리며 악몽을 극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키 반스라는 이름이 나온다. '미키17'의 숨겨진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미키의 성장 영화라는 것이다.

낯간지럽지만 '18'이라는 숫자는 한층 성숙해지는 성인으로 인정되는 나이다. 누군가는 제가 미키를 더 죽이고 싶어서 원작의 '7'이 아닌 '17'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던데, 실제로는 미키의 성장과 성숙을 생각하며 '미키17'이라고 명명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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