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힘 있게 질주하는 '전,란'…강동원·박정민의 빛나는 새 얼굴

영화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제작 단계부터 공개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던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한 것은 물론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29년 역사상 최초로 개막작에 선정된 OTT 영화라는 수식어 역시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에서 시대적·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예술영화·독립영화를 주로 선보였다면, '전,란'은 그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대중적이다.

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주인공들의 화려한 액션은 보는 순간 눈길을 사로잡고, 영화를 추동하는 직선적이고 선명한 서사 역시 명쾌하다. 감독은 대립하고 갈등하는 두 주인공이 복수라는 피날레를 향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있는 힘껏 에너지를 뿜어낸다.

양반과 노예로 만난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가 되었다가, 양측의 오해가 켜켜이 쌓이고 그 오해 위에 세월이 더해지며 결국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된다. 종국에는 양측 모두가 복수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처럼 직선적 서사로 인해 영화로 진입하는 허들은 굉장히 낮고 작품이 주는 재미 역시 적지 않다.

영화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무엇보다 여기에 볼거리를 더하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첫 사극에 도전하는 박정민은 언제나처럼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으로 자신만의 종려를 완성했다. 순수할 정도로 해사한 얼굴에서 시작하여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독기와 살기로 가득 찬 그의 눈빛은 이번에도 작품에 한층 더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강동원의 새로운 연기 역시 영화의 보는 맛을 더한다. 개구쟁이처럼 장난기 가득한 모습부터 역시 배신감으로 화에 가득 잠긴 그의 얼굴은 강동원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는 그의 필모에 다시 한번 큰 방점을 남긴다고 느낄 정도로 눈에 띈다. 탐욕에 절어 비겁하면서도 고집스럽고, 비열하고 이기적인 차승원의 입체적인 연기는 '전,란'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영화 '전,란'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는 이같은 장점으로 무장했지만, 단점 역시 명확해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계급과 신분 그리고 운명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내세우지만, 이를 그저 갈등과 사건의 기폭제로만 사용할 뿐 깊이 있게 다뤄내지는 못한다. 특히 천영이 본래 양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영화는 캐릭터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때문에 '전,란'은 유의미한 주제를 눈앞에 두고도 그저 전시하는데 그치는 모양새다.

또한 번역을 유머 소재로 삼아 영화 내내 계속되는 웃음 코드 역시 일부 관객에게는 호불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묵직한 메시지 보다는 대중성에 한층 더 힘을 준 영화가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전,란'은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는 개막식을 포함해 10월 3일과 4일 총 세 차례 상영된다.

영화 '전,란'. 김상만 감독 연출. 배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 차승원 출연.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7분.

YTN 김성현 (jamkim@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