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은 '도전'이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일상 연기는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연기'예요. 더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이 돼서, 할아버지 때까지 잘 쓰임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드라마 '우리 영화'와 '살롱 드 홈즈'까지. 올 상반기 선역과 악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장재호가 앞으로 더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장재호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YTN 사옥에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최근 종영한 SBS '우리 영화'와 ENA '살롱 드 홈즈'에서 상반된 캐릭터 연기로 "같은 사람이 맞냐"는 반응을 불러일으킨 그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과 함께 비하인드를 풀어놓았다.
다른 시기 촬영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이 공개되면서 그에게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한 번에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우리 영화'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의사 민석을 연기했고, '살롱 드 홈즈'에서는 소시오패스 범죄자 태훈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장재호는 "'다른 사람 같았다'고 표현해 주시는 게 가장 좋았다. 아직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배우로서 조금 불안한 지점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극에 잘 녹아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고 좋았다"고 주변 반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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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 "'살롱 드 홈즈' 속 태훈, 순간들에 집중해 악역 표현"
최근 공개된 장재호의 작품들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악역으로서 그의 얼굴이 비교적 더 익숙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3에서는 장기 밀매를 하는 병정 중 한 명으로 노을(박규영)과 대립각을 세웠고, '살롱 드 홈즈'에서는 평범한 학생인 듯 보였지만 알고 보니 소시오패스였던 범죄자 태훈 역을 맡아 연기했기 때문이다.
"'살롱 드 홈즈'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되었어요. 저는 조금 더 선한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태훈'으로 보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태훈은 복잡한 내면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감독님께서 초반에는 그 내면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도 같은 생각으로 그 순간들에 집중해 표현했어요."
작품에서 여러 차례 악역을 소화했음에도 장재호는 아직까지 악역이 자신에게는 도전이고, 어려운 역할이라고 밝혔다. 악역도 작품마다의 서사와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기에 표현에 있어 고민이 많이 된다는 것. 단, 악역과 선역을 오가며 연기를 하더라도 그 캐릭터의 여운이 남아 어려울 때는 없다고 덧붙였다.
"악역은 아직 '도전'이고, 연달아 하는 경우는 표현에 있어 더 고민이 많이 돼요. 공감을 해야 연기를 하는데, 공감을 할 수 없으니 그것도 큰일이죠(웃음). 그래서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단기적인 목표를 넣어서라도 연기했어요. 예를 들어 '살롱 드 홈즈' 줌벤져스와 대치할 때는 이 네 명을 무찌르지 못하면 내가 살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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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 넘쳤던 故 박지아…의견 많이 나눴던 '살롱드홈즈' 현장"
'살롱 드 홈즈'에서는 극 중 모자(母子) 호흡을 맞췄던 고(故) 박지아가 촬영 이후 세상을 떠나면서,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선배 연기자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고인은 극 중 부녀회장이자 태훈의 엄마인 박선자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으나, 이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선배님께서는 촬영 중에도 아프셨을 텐데 티를 하나도 안 내셨어요. 저라면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선배님이셨습니다. 열정이 엄청났고, 밝으셨어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방송을 보면서도 엄마 역할을 했던 배우로 보이지 슬픈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연기하고 계실 것만 같아요."
'살롱 드 홈즈'에서는 '쥐방울'을 잡으려는 주부 탐정단 4인방과 대척점에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만큼은 유쾌했고 즐거웠다고.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헷갈리게 했다", "무서웠다" 등의 시청자 반응에 대해서는 함께 작품을 준비한 감독과 배우들 덕분에 가능했던 이야기라며 모든 공을 돌렸다.
"민진기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았어요. 감독님은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열어주셨고, 의견도 많이 나누는 현장이라 너무 좋았어요. 편집도 잘해 주셔서 '줌벤져스'와 대립할 때 더 극적으로 보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특히 납치 신에서 김다솜 배우가 리얼하게 연기해 줘서 더 무섭게 나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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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민정과 함께 작품 모니터링…가족은 연기의 원동력"
올해가 장재호에게는 배우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더욱 기쁘고 성취감 높은 한 해일 수밖에 없다. 출연작을 연이어 선보이며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고, 지난해 결혼한 배우 공민정과의 사이에서 득녀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됐기 때문이다. 배우 부부인 만큼 두 사람은 육아도 함께하며 연기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고.
"너무 뜻깊은 해죠. 가족이 생기고 딸이 생긴 건 인생에서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어요. 너무 소중한 존재가 생기니까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요. 민정이와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연기 이야기를 하게 돼요. 작품은 함께 모니터링하면서 토론도 하고요. 요즘은 육퇴 후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함께 치는 게 소소한 취미가 됐어요."
2008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다수의 연극과 드라마에 출연하며 한 계단씩 차근히 밟아온 그는 활동의 원동력이 '재미'였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연기보다 재미있는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연기했다고. 여기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갖는 책임감이 더해져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하는 순간 말고는 힘들 때가 더 많기도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버티고 또 버텼죠. 이제는 가족을 이뤘으니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방향성은… 할아버지 때까지 잘 쓰임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예요. 악역 말고 평범한, 정말 일상적인 보통의 인물도 많이 연기해 보고 싶고요."
[사진출처 = 와이원엔터테인먼트/ENA '살롱 드 홈즈']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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