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새싹은 비바람을 견디며 나무로 자란다. 그러나 가요계에 막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지난 1년간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비바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롱과 공격이 허리케인처럼,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그 와중에도 뿌리를 내린 이 새싹은,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데뷔한 지 이제 겨우 1년. 아일릿은 데뷔 그 자체가 격렬한 평가와 반응이 뒤엉킨 시험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이들은 데뷔 초부터 ‘사이버 불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의 집단적인 조롱과 공격에 노출됐다.
안티들은 멤버들의 말투, 표정, 무대 제스처 하나하나를 캡처해 ‘짤’로 만들어 퍼뜨렸고, 유튜브 쇼츠와 SNS에서는 조롱을 유도하는 밈(meme)으로 소비됐다. 아일릿은 신인 걸그룹이라기보다, 일종의 가상 캐릭터 혹은 패러디 대상으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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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하이브와 어도어, 그리고 민희진 대표 간의 경영권 갈등 이후 더 악화됐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아일릿은 ‘뉴진스를 대체하려는 프로젝트’라는 프레임 속에 가둬졌다.
민희진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아일릿의 콘셉트가 뉴진스와 유사하다며 ‘표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로 인해 아일릿은 ‘뉴진스를 베낀 팀’, ‘뉴진스의 아류’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다음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한 멤버가 “칼국수를 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에, 과거 뉴진스 멤버가 “칼국수를 잘 모른다”고 했던 발언을 끌어와, 아일릿이 뉴진스를 저격했다는 억지 논란까지 더해졌다.
국정감사와 법정까지 비화된 ‘무시해’ 사건도 있었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아일릿 매니저가 자신들에게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고, 논란은 커졌다. 이후 공개된 CCTV 영상에서는 아일릿 멤버들이 먼저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이미 씌워진 프레임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혐오의 전쟁이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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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공격이 ‘정당한 비판’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콘텐츠 반응을 가장한 외모 조롱, 콘셉트 논란을 빌미로 한 악의적 비교, 유사성을 근거로 한 낙인은 감정과 결합되며 아일릿을 파괴적으로 소비했다.
그럼에도 아일릿은 멈추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일본 무대에서도 활동을 이어갔고, 자체 콘텐츠도 꾸준히 선보였다. 지난 3월 25일에는 데뷔 1주년을 맞아 팬덤 ‘글릿(GLLIT)’과 함께 소규모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어쿠스틱 편곡의 ‘Magnetic’, 밴드 사운드를 더한 ‘Cherish (My Love)’와 ‘Almond Chocolate’ 등을 무대에서 선보이며 팬들과 교감했다.
지난 1년간 아일릿은 마치 존재 자체가 문제인 양 코너에 몰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팀을 지켜냈으며, 한 해를 버텨냈다. 예기치 못한 풍랑 속에서도 이 새싹은 여전히 꿋꿋이 자라나고 있다.
[사진=OSEN, 빌리프랩]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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