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개봉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연이은 낭보를 전해 온 영화가 있다. 북미에서 가장 큰 장르 영화제인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슈발누아르 경쟁부문 감독상, 인도 옐로스톤 국제영화제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상에 빛나는 영화 '매쉬빌'이다.
영화 '매쉬빌'은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한 마을의 평화를 깨트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도들은 12구의 시체를 모아 의식을 치르려다 한 농부의 친한 친구까지 살해하게 되고, 농부는 결국 살인마를 제거하기 위해 총을 든다.
이 영화는 한국형 웨스턴 영화를 표방한다. 광활한 대지, 권총과 웨스턴 바가 서부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에 한복을 입은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기묘한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한국 감독과 배우가 작업하고, 국내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지만 영화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웨스턴 무비의 본 고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YTN은 지난달 27일 연출을 맡은 황욱 감독과 주연배우 전신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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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주' 키워드의 시작…소수가 열광하는 영화 만들고 싶었다"
영화 '매쉬빌'에서 주요한 사건의 발단이 되는 것은 위스키다. 배우 전신환이 연기한 밀주업자 '주세종'이 제조한 밀주가 한 인물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고, 이에 주세종이 동생들과 함께 술을 수거하기 위해 마을을 찾으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것.
"전신환 배우 덕분에 위스키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위스키에 대한 영화가 없으니 즐기면서 찍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밀주가 들어가니 웨스턴 무비를 생각하게 됐고요. 여기에 캐릭터 메이킹을 해 넣기 시작했죠."(황욱 감독)
'매쉬빌'에는 밀주업자, 사이비 종교 신도, 특수효과팀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기괴한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만큼 강렬하다. 이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한 전신환은 그중에서도 특히 외형적으로 돋보인다.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조율 과정을 거쳤어요. 문신도 생각했지만 너무 과한 것 같아 생략했고, 동대문 액세서리 상점에 가서 어울릴만한 걸 직접 골랐죠. 망원경을 준비한 것도 제 아이디어에요. 감독님이 흔쾌히 받아주시고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전신환)
저예산으로 제작한 영화이지만, 서부 영화의 느낌을 낼 수 있는 로케이션에도 공을 들였다. 영화에서 마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광활한 벌판은 해외 혹은 CG로 작업한 듯 이국적이지만 제작진이 수소문해 찾아낸 결과물이다.
"비주얼적으로 특별한 영화다 보니 캐릭터와 공간이 중요했어요. 제작팀이 출근하면 지도 앱의 로드 뷰로 전국을 뒤졌어요. 사실 예산이 커질수록 위협요소를 많이 제거할 수 있지만, 저희는 그런 걱정은 딱히 안 하고 소수가 열광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방향성을 갖고 했습니다."(황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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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이야기 구조, 조화롭게 완성돼…북미지역 영화제 반응 인상적"
본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소재를 영화적으로 풀어내자는 기획의도에서 시작해 도전과 열정으로 완성한 영화는 웨스턴 무비의 본 고장에서도 환영받았다. 황욱 감독과 전신환은 올여름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 함께 방문했을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구 반대편의 영화제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어설프게 하진 않았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했어요. 심사평으로는 개별 장면들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고 있고,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조화롭게 완성됐다는 코멘트를 받았습니다."(황욱 감독)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캐나다를 방문한 감독과 출연진은 2주가량 현지에 머물렀다. 전신환은 이전에 북미 지역 영화제에 출품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기에 실제로 초청됐을 때 감회가 남달랐고, 상영을 즐기는 문화에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기대도 됐지만 불안하기도 했어요. 가서 너무 의기소침해서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사실 있었죠. 그런데 영화제 자체가 뜨거운 사람들의 영화제이다 보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고양이 소리를 내는 등 환호하고 즐겨주시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전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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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B급 컬트 영화…새로운 물결 만들었기에 만족"
캐나다, 미국, 인도,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제를 통해 영화인들을 만난 영화 '매쉬빌'은 내년 상반기 국내 관객을 만날 전망이다. 해외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이 국내 극장에서 이어질지, 개봉을 준비하는 감독과 배우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 영화는 B급 컬트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많은 장벽을 부수고, 더 과감할 수 있게 했어요. 괴상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함몰되지 않고, 본인들만의 감상을 갖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황욱 감독)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되었기에 작품이 갖는 의미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전신환은 자신처럼 한 분야에 마니아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 더불어 이후 작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을 보고, 우리가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구나 생각했어요. 저처럼 한 분야에 마니아적인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필요한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내년 상반기,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전신환)
[사진제공 = 키치스 필름/제28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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