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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입부 장인' 정이서의 성장…"유연함 배운 '살인자ㅇ난감', 로코 욕심도"

2024.03.0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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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입부 장인' 정이서의 성장…"유연함 배운 '살인자ㅇ난감', 로코 욕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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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이서는 묘하다. 청순한 외모에 단아한 분위기를 가졌지만, "액션"만 떨어지면 무섭게 돌변한다. 여린 체구에서 나올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없었던 강한 에너지와 색채는 늘, 작품에 큰 반전을 가져다준다.


제작자들도 그의 이런 매력에 매료된 것이 아니었을까. 정이서 씨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도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캐릭터를 맡아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안방을 휘저었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무서운 에너지로 시청자를 이끄는 그에게 '도입부 장인'이라는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이서 씨를 만났다. 섬뜩한 웃음을 짓던 '여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살인자ㅇ난감'은 지난달 9일 첫 공개 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1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상황. 그는 작품의 선전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쑥쓰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정이서 씨는 "이번에 특히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너무 좋다. 공개된 날 감독님께 '보고 있는데 심장이 떨려 죽을 것 같다'는 연락을 드렸더니 '여옥이 잘했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마음 놓고 봐'라고 해주셔서 후반부는 편한 마음으로 봤다"고 전하며 차분하게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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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입부 장인' 정이서의 성장…"유연함 배운 '살인자ㅇ난감', 로코 욕심도"

◆ "특수분장 경력자…비주얼적으로 위압감 주고 싶었다"

美친 존재감이다. 짧은 분량을 소화한 작품에서도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힘을 가졌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연기 내공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그랬고, '살인자ㅇ난감'에서도 그랬다.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이탕(최우식 분)의 첫 살인 목격자 '선여옥'을 연기했다.

"'살인자ㅇ난감'은 재작년에 촬영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어요. 저는 앞부분에 주로 나오니까요. 이번에 공개된 완성본을 보며 저 때 저렇게 했었구나 상기시켰어요. 이번에 특히 지인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신 것 같아요. '네가 여옥이었구나'라는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정이서 씨는 이번 작품을 위해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갈아끼웠다. 시각장애인인 척 연기하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안내견을 동반하고 다니는 '여옥'은 이탕을 집으로 부른 뒤 검은 속내를 드러낸다. 선글라스를 살짝 벗는 장면은 배우의 의견이 더해져 완성됐다.

"특수분장은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때 이미 한 번 경험해서요(웃음). 여옥이를 표현할 때 분장의 힘을 받기도 했어요.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은 원래 없었는데, 비주얼적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에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사를 하겠다는 의견을 냈죠."

특수분장은 한차례 경험한 작업이었다면, 동물을 동반한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극중 '여옥'은 시각장애인인 척 연기하기 위해 안내견을 대동하고 다니는데, 정이서 씨는 이 안내견으로 출연한 '러블리'와 호흡을 맞췄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작품에 캐스팅이 된 후, 감독님과 리딩을 위해 사무실에 모였는데 러블리도 왔었어요. 다른 배우들이 리딩을 할 때 저는 사무실에서 러블리와 같이 걸었죠(웃음). 훈련소에 가서 어떻게 하면 보폭을 잘 맞춰 걸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같이 산책을 하고, 간식도 계속 챙겨주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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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입부 장인' 정이서의 성장…"유연함 배운 '살인자ㅇ난감', 로코 욕심도"

◆ "최우식과 재회, 심리적 안정감…봉준호 감독은 생명의 은인"

'살인자ㅇ난감'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정이서 씨와 최우식 씨의 재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했던 두 사람은 '살인자ㅇ난감'으로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기생충'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정이서 씨는 그동안 훌쩍 성장해 한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배우가 된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터.

"(재회해서) 너무 반가웠어요. '기생충' 때는 제 회차가 많이 짧아서 촬영만 하고 끝났고, 다른 선배님들과도 길게 호흡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하지만 전에 한 번 같이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고, 내적 친밀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기생충' 촬영 당시로 넘어갔다. 정이서 씨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 두 거장의 작품에 모두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봉 감독은 '기생충' 캐스팅 당시 정이서 씨를 보고 애초 40~50대로 설정됐던 피자 가게 사장 캐릭터의 연령대를 낮춰가며 그를 발탁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생명의 은인'이에요. 늘, 너무 감사하죠. 당시에 소속사도 없이 혼자 프로필을 돌렸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로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말조차 없어 너무 답답해하고 있었거든요. '기생충'은 첫 상업영화 경험이기도 했고, TV 속에 제가 뛰어든 이질적인 느낌도 받아가며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살인자ㅇ난감'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도 정이서 씨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감독과의 활발한 논의 끝에 정이서 씨는 '여옥'을 섬뜩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의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내준 이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가 준비한 게 감독님의 생각과 상반된 부분이 있어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연락이 와서 놀랐어요. 제 안에 이상한 걸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푼수 같기도 하고 이상한(웃음)…. 저는 차분하고 정적인 여옥을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여옥이는 더 이상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완성본을 보니 감독님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유연함을 배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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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도입부 장인' 정이서의 성장…"유연함 배운 '살인자ㅇ난감', 로코 욕심도"

◆ "연기, 할수록 더 재미있고 좋아져…로코 욕심 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정이서 씨는 계단식 성장을 이뤄냈다. 2020년 새 둥지를 찾았고, 2021년 tvN '마인'으로 안방극장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지난해에는 첫 장편 주연작인 '그녀의 취미생활'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연기를 하기 전에는 워낙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배우고 나서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니까 부끄럽지 않더라고요. 더 자유로운 느낌을 받고, 비주얼적으로 망가지는 것도 상관없어요. 할수록 더 재미있고, 좋아져요."

앞으로는 연기 스펙트럼을 더 확장하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이미 임상춘 작가의 신작인 넷플릭스 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캐스팅돼 이미 촬영을 마치는 등 연이은 작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이서 씨. 휴머니즘과 멜로를 담은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제가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는 우연하게도 장르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았어요. 또 장르물이 들어와도 좋고요. 제 나이대에서만이 표현할 수 있는 로코도 해보고 싶어요. 지극히 평범한 인물,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고요."

[사진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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